김미리
김미리
평균평점
탐정 홍길동

<탐정 홍길동> 화제의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의 소설 한국문학 고전 중의 고전 「홍길동」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우리가 아는 의적 홍길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현대판 홍길동이 나타났다. 1980년대 흥신소 탐정으로 변신한 홍길동은 어릴 적에 당한 사고로 좌측 뇌 해마가 손상돼 감정 인지 능력과 8세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독특한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이 책은 2012년 송중기 주연의 영화 「늑대 소년」으로 흥행에 돌풍을 일으켰던 조성희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사건의 배경과 홍길동의 캐릭터, 숨겨진 뒷이야기까지 담아 재구성한 소설이다.

베로니카의 낮과 밤

<베로니카의 낮과 밤> 말맛이 살아 있는 스토리를 읽다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에 아찔해지는 김미리 작가의 판타지 단편소설 5편! “고마워.” 날 사랑해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 이렇게 눈부신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연해요. 베로니카라는 여인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바텐더인 ‘나’는 우연히 그녀와 그녀의 연인이 불의의 사고로 차에 치어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죽은 그녀의 연인은 죽은 후에도 왜 번번이 내가 일하는 ‘베로니카’에 찾아와 그녀를 찾을까? 세상을 떠난 아내가, 우연히 찾은 오래된 가게에서 홀연히 나타난다. 주인공 이우는 다시 아내와 예전의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가슴을 파고들며 예기치 못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휘몰아치는 반전과 깊은 허무, 슬픔, 그보다 한층 더 깊은 사랑…. 김미리 작가의 단편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깊은 슬픔과 허무가 담백하고도 탄탄하게 배어 있다. 친숙한가 하면 한없이 낯설고, 가벼운가 하면 무거운 울림을 준다. 속도감 있는 단편을 한 편씩 읽다보면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져 있을 것이다. 때로는 펀치를 맞은 듯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주말여행

<주말여행> “내가 늘 우스웠지? 지금도 우스워?” 오늘 하루가 평범할 거라고, 당신 곁의 사람이 착하고 좋을 거라고 믿는가? 길눈이 몹시 어두워 자주 길을 잃으면서도 혼자 여행을 잘 다니며, 길은 헤매다보면 나올 거라고, 이야기를 짓는 일도 그럴 거라고 믿는 김미리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오랜 망설임 끝에 써낸 이야기들은 매우 당돌하고 속도감 넘치는 공포로 가득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부부싸움으로 앙금을 풀지 못한 평범한 신혼부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기꺼이 웃을 만큼 밝은 여자, 잘난 형에게 감히 질투심 따위 느껴본 기억조차 나지 않는 청년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잘난 형에 대한 남모를 열등감, 부모의 학대로 인한 공포감, 자신이 의도치 않게 남을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아슬아슬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가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는 그들을 숨 막히도록 압도적인 절망과 공포의 궁지로 몰아넣는다. 현실 속 우리와 똑같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신혼부부의 일상에 공감하며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이런 게 현실일 리 없잖아. 이런 일, 나한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길 리가 없어’ 하고 절규하며 섬뜩한 식칼을 휘두르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뜻하지 않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두 연인이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을 맞이하는 장면에 이은 뜻하지 않은 죽음에 아련한 탄식을 흘리게 되고, 다른 사람보다 발밑의 중력이 약해져 손가락 두 마디쯤 땅에서 떨어진 듯한 친구와의 이별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은 원인 모를 감염병에 걸리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남자 태석이 감염병에 걸린 어린 딸을 위해 다른 감염자의 팔을 잘라 딸에게 먹여주는 이야기에서는 절절한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평범한 듯, 정돈된 듯한 이야기에 파괴와 파열이 질주하며 온전한 세계를 박진감 넘치게 파괴하는 상상력 속에서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폭력과 응징, 두려움과 애증, 냉소와 연민 등 온갖 감정이 극대화된 작품들을, 아슬아슬한 스릴 속에서 읽고 나면 어느덧 쾌감이 찾아올 것이다. 폭풍이 몰아친 뒤 활짝 갠 맑은 날이 찾아오듯. 절제되고 우아한 톤의 삽화가 독자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