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본 | 은애 (전2권/완결)> “원조교제 하니까 좋아?” 은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누가 그래?” “아저씨가 그렇게 좋디?”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껄이지 마.” “넌 잘 알아서 좋겠네. 더러운 년.” 범모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은애의 겉옷을 벗기고 있었다. 소매에 자신의 지문이 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체를 숨기기엔 시간도 부족했고, 마땅히 옮길 만한 장소도 없었다. 범모는 냉정해졌다. ‘목격자도 없다. 증거만 없애면 붙잡힐 일은 없다.’ 겉옷만 벗겼을 뿐인데도 범모의 손은 빨갛게 물들었다. 손톱 사이로도 은애의 피가 들어가 쉽게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사망 원인과 함께 사망 시각에 관한 의문도 풀리고 있었다. 박 형사에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감식반원은 아무것도 모른 채 검사결과를 알렸다. “지문의 주인은…….” 수화기를 잡은 박 형사의 손에서 땀이 흘렀다. 감식반원이 다음 말을 하기까지의 1초가 1년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