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숨결이 되어> 세상에는 늘 무언가 피고, 또 늘 무언가 지고 있지만 그 피고 짐에 가끔이라도 애정과 관심을 쏟기에는 세상은 이미 지나칠 정도로 바쁘고 현란하며, 또 고되고, 믿음이 사라져 있는 듯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런 세상에 제가 피우고 싶었던 한 송이 꽃입니다. 그렇다고 되는 대로 피운 꽃은 아니며, 오랜 시간을 거쳐 세상에 태어난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정녕 무언가를 사랑했기에 태어날 수 있었고, 또 그 사랑의 결실로서 낳은 아이입니다. 아주 오래전 날아든 씨앗이 오랜 세월 움트고 자라나 이제야 오롯이 하나의 꽃으로 피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하지만 또한 전혀 새로운, 저만의 씨를 퍼뜨리기 위해서요. 그럼 평안하십시오. 보시는 중에 다소 미숙하고 모난 구석이 눈에 띄더라도 너무 거슬려 마시고, 부디 넉넉한 마음으로 흔쾌히 넘어가실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