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선영
길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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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를 삼키다

<가시를 삼키다> 사랑이었던 거다. 욕망이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죽어도 욕망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사랑이었던 거다. 떨리는 심장이 수치스러운 욕망 때문이라 믿었는데 그게 사랑이었던 거다. 사랑이었던 거다.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느낌이 사랑이었던 거다. “언제쯤 말해 줄 생각이었어?” “뭘? 알아듣게 말해!” “결혼한다는 거, 당신 결혼한다는 거.” 헤집을수록 상처만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묻고 싶었다. 그의 입에서 진실이란 걸 확인하고 싶었다. “설마 청혼을 기대한 건 아니겠지? 아니면 그새 날 사랑하게 되기라도 한 건가?” 당신도 아팠으면 좋겠어. 난 이렇게 상처투성이인데 당신 혼자서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게 두고 싶지 않아. “임신이래.”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 착각일 거야……. 당신 눈이 젖어 보이는 건, 내 눈의 착각일 거야……. 미련한 욕심이 보여 준 착각. “정리해.” 원하는 게 없다는 건 지독한 거짓말이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새빨간 거짓말. 죽도록 원했으면서. 죽을 만큼, 죽을 만큼 원했으면서……. -그 여자, 하승현. 당신의 어두운 눈이 싫어. 당신의 무심한 입술이 싫어. 당신의 메마른 가슴이 싫어. 당신의 건조함, 그 모든 게 싫어…….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그 남자, 박민혁. 네게 익숙해지는 내가 싫었다. 네 목소리, 네 눈빛, 가는 네 손가락에 익숙해져 가는 게 싫었다. 그러다 네가 떠난 후 그 빈자리에 낯설어하는 내가, 내가 너무 싫다. 사랑, 그 웃기지도 않는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렇게 날 찾아왔다. 바로 네가 떠난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