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본
구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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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미궁> <미궁>은 여러 시대와 장소 그리고 온갖 텍스트가 뒤섞여 만들어진 세상(범어)에 얽혀든 서적외판원 이상이 현실 복귀를 위한 방황과 탐색을 하는 가운데 존재의 비밀을 깨닫는 한편 또 작가로서의 책무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최후의 모더니스트' 시인이자 작가였던 이상의 삶과 텍스트에 대한 단순 패러디를 넘어 그의 시대보다 훨씬 광대하고 복잡다단한 오늘의 세계를 미로의 주제에 맞추어 탐구하고 있다.

나의 메피스토

<나의 메피스토> 879년 신라의 헌강왕이 동쪽지방 시찰중에 만난, 어디서 왔는지 모를 4인. 헌강왕이 남산신의 참언을 권신들에게 전하고 약 반 백년이 흐른 935년 마침내 천국의 국운을 다하는 신라. 1956년 불국사에서 신라시대 유물들로 출토되는 십자가와 성모상. 이 별개의 사실들이 한 소설가 주위에서 마침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한다. 한편 사랑에 실패한 그에게 복수를 부추기며 접근한 정체 불명의 사내는 스스로를 처용이라고 하는데, 이 자는 도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노리는가? <나의 메피스토>에서 가장 큰 형식적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가짜 책의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을, 허구의 책에 바탕을 둔 편집자적 글쓰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를 각각 날실과 씨실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주현이 적절하게 직적하고 있듯 {나의 메피스토}는 "현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 사실적인 것과 허구적인 것이 서로 연계"된 그리고 "그 둘이 상호 영양하에서 의미작용을 하는" 세계인 것이다. 작중의 소설가 한재석이 천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동안 독자들은 그의 연애 이야기, 그가 쓰는 예수 시대에 관한 소설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만나는 현실의 처용 이야기 사이를 숨가쁘게 오가게 되며 처용설화의 비밀에 접근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복잡다단하면서도 명쾌하게 하나로 모아진다는 점은 이 소설을 빼어나게 하는 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