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어떻게 사랑을 하는가> 김재찬 장편소설『남자는 어떻게 사랑을 하는가』. 떠나간 옛 사랑을 추억하는 남자의 사랑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화사하게 짓는 웃음에도 나는 어느 한 구석 씁쓸하고 무거운 뒤끝을 떨어내지 못했다. 벚꽃이 화사할수록, 그리고 그 벚꽃을 따라 더욱 화사하게 웃음을 지을수록 그 무거움도 더해갔는데……. [작가의 말] 파 약(破約) 그대가 떠나고 나서 혓바닥에 가시가 돋쳐 참으로 오랜 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창문엔 별도 내리지 않았다.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이 사라진지도 벌써 아득한 시간이 지났다. 그대와 함께한 날들 동안 우리의 도성(都城)에 밤마다 별 내린다고 착각에 빠졌었다. 그 따스했던 날들, 별들과의 공생을 꿈꿨다. 커다란 악어와 쬐그만 악어새 한 마리. 그 날카로운 잇새에서 실하게 파먹은 건 우리의 약속이었다. 그 때 그대는 밤마다 창에 내리던 별이었다. 하지만 몰랐었다. 그 약속이 나를 삼켜버리리라는 것을. 믿었던 날카로운 이빨에 살점이 뜯겨지고, 끝내 나를 삼켜버린 약속은 떠나고 별은 사라졌다. 영원이라고 값싸게 말하지 마라. 세상에서 영원한 건 미완일 뿐이더라. 미완이기에 영원일 수 있을 뿐. 그 해 겨울, 사막에 먼지 같은 눈이 내리고, 또한 먼지처럼 시간과 함께 날려갔다. 그 눈 녹은 물로 광막한 사막에 무엇을 약속할 수 있나. 그래도 물기 젖었던 흔적이나 남기고 사라짐은 그리운 시간 속에 애증의 그림자라도 묻게 하거늘, 차라리 돌아서지나 말 일이지. 나를 환장하게 하는 것은 그대가 떠난 게 아니라 돌아서서 다시 바라보는 그 눈빛이다. 떠났던 길을 돌려 돌아오겠다고 손짓을 할 때 이미 빗장을 질러버린 내 마음을 열 수 없음이다. 그대의 그 손짓이 무참하게도 떨어지는 오늘, 나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사막에 먼지 같은 눈 내리며 다시 또 세월이 가도. 언제쯤 다시 그대를 이야기하고 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금 내게 남은 것은 깨어진 우리 약속의 파편들을 밟고 선 먼 기다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