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서
이정서
평균평점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어느 날, 당신에게 ‘어린 왕자’가 편지를 보낸다면? 1943년 지구별 사막에 떨어졌던 어린 왕자… 오늘, 한국의 한 외곬 번역가를 찾아오다! “나보고 어느 별에서 왔냐고요?” 어느 날, 번역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이에게 의문의 메일이 도착한다. <어린 왕자> 번역 일부와 작품 속 첫 페이지의 헌사가 높임말인지 낮춤말인지를 묻는 내용이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어른은 결코 없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그가 무시하자, 다시 메일의 주인공은 <어린 왕자>가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간된 사실을 아느냐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온다. “그렇다면 생텍쥐페리가 영어로도 썼다는 이야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는 결국 <어린 왕자> 불어판과, 영어 초판, 가장 잘되었다는 한글 번역판을 찾아보게 된다. 앞서 고전 번역의 오역 문제와 잘못된 번역서의 출간에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그는, 이윽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어린 왕자> 번역의 핵심을 찔러오는 메일의 주인공을 궁금해하며 <어린 왕자>에 푹 빠져든다. 결국 그는 그간의 번역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고 전체 번역에 들어가는데……. 과연 메일의 주인공이 암시한 ‘어린 왕자’의 비밀은 무엇이고, 번역자인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는 과연 무사히 번역을 마칠 수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어린 왕자>의 여러 비밀들이 드러난다. 아름다운 사막의 우물이 드러나듯… 한 권의 번역서가 출판되기까지 작가와 번역가, 출판사 간의 앙상블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미스터리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지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내 비밀은 말이야. 그건 매우 단순한 거야. 우리는 단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거야. 절대로 필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모든 어른들도 처음에는 아이였습니다.’ 혹시 당신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리진 않았나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이야기다. 살면서 <어린 왕자>의 유명한 구절을 한번쯤 만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작품을 읽고 나서 남은 것이 그저 단편적인 구절 몇 개뿐이라면, 과연 <어린 왕자>를 제대로 읽은 것일까? <어린 왕자>의 서술자는 어른이 된 프랑스인 조종사다. 그는 어린 시절 어른들이 자신을 오해했듯이 어린 왕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를 오해하고, 가르치려고 든다. 그리고 조금쯤 슬프게도 그는 자신도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비밀은 생텍쥐페리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모든 어른들도 ‘아이’인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정서는 자신을 포함한 기존 <어린 왕자> 번역가들도 어른이었음을, 그래서 편견에 갇혀 작품을 들여다보았음을 깨닫는다. 특히 어린 왕자가 조종사를 만나고 우정을 나누게 되기까지 발단이 된 ‘장미’의 성격을 바로잡는다. 기존의 번역으로는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7년 번역가 이정서는 불어ㆍ영어ㆍ한국어를 비교하여 생텍쥐페리의 시적(詩的) 세계를 독보적으로 복원한 <어린 왕자>를 펴냈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는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의 목소리를 발견한 번역 과정과 숨은 뒷이야기를 메타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정역한 뒤 <카뮈로부터 온 편지>를 통해 그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준 것과 같다. 그는 번역이 “작가의 본심을 읽으려는 몸부림이며 위대한 타인의 정신을 읽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가 보낸 편지를 통해 생텍쥐페리의 위대한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그 속에 나오는 멋진 문장들만 즐겨왔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장편소설. 회고와 회한과 추억의 소설이다. '나(이윤)'는 2000년대의 초입에 서서 혼란스러웠던 80년대를 풀어낸다. 1987년의 종로와 명동의 함성에서 멀찍이 이탈해 있던 젊은 군상을 아프게 기억해낸다. 그중에는 강제 징집돼 군에 들어온 뒤 수상한 임무를 부여받고 부대를 오락가락하는 '85학번 영수'가 있고, 의리와 배짱으로 내무반을 이끌던 임병철이 있고, 첨예한 정치의식을 노출하지 않고 원만한 군 생활을 하다 제대한 하치우가 있다. 이윤은 그들과 종횡으로 얽힌, 아프고도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그들에게 낙인을 찍고 그들의 미래를 주조한 80년대를 차분하고도 절절하게 복원해낸다. 철저하게 시대의 변방에서 80년대를 살아낸 그들은, 그들의 젊음이 끝난 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평범한 일상이, 변신이, 때론 죽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윤이 제대 후 여러 차례의 수소문 끝에 찾아낸 하치우의 정치적 변신은 80년대가 남겨놓은 씁쓸한 풍경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

<카뮈로부터 온 편지>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며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은 이정서의 『카뮈로부터 온 편지』. ‘김화영의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번역 연재를 했던 6개월의 시간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이윤이 죽은 카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단지 이것이 번역비평서가 아니라 흥미로운 소설이라는 점을 도입부부터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카뮈의 원 문장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적인 긴장감을 잃지 않고 거침없이 읽히며, 어느 순간 올바른 번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가장 지적이고 치명적인 문학 스캔들! 나는 아비를 죽였다. 그래서 나는 추방당했다. 이제 나는 이방인이다. 그래서 나는 진정 행복하다…… ‘설마 김윤식 교수가 그럴 리가 있나?’ 이 소설은 평생을 한국문학에 몸바쳐온 국문학의 태두 김윤식 교수와, 그의 표절을 밝힌 대학원생 이인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장인-도제 관계와 유사하다. 한 명의 대학자와 그 밑에서 수학한 제자들 사이의 끈끈한 커넥션은 ‘선학’이 쌓아온 학문적 공로에 흠집을 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배타적 속성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엄연한 학문적 범죄행위이자 지적 사기인 김윤식 교수의 표절에 대해, 새파란 후학인 이인서가 이를 지적하는 것은 건전한 지성의 고백이 아닌 ‘치기’와 ‘객기’로 치부된다. “자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 역시 자네를 제도적으로 매장시킬 수밖에 없어.” 결국 이인서는 ‘금기를 건드린 죄’로 대학교에서 추방당하기에 이른다. 소설 속 주인공 ‘이인서’는 문학평론가이자 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인 이명원이다. 2000년 10월, 서울시립대 박사과정이던 그는 자신의 평론집 『타는 혀』에 실은 논문 〈김윤식 비평에 나타난 현해탄 콤플렉스 비판〉에서 김윤식 교수의 『한국근대소설사 연구』가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저작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표절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식인에게 표절은 똘레랑스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적 사기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책임은 엉뚱하게도 김윤식 교수가 아닌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이명원 교수에게 돌아갔다.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라는 체 게바라의 말은 그가 대학원을 그만두면서 남긴 ‘자퇴이유서’의 표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