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1> 찔레꽃이 피는 집, 그곳에 사는 두 가족의 애잔한 삶의 이야기! 두 가족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찔레꽃』은 저자의 가족과 '현풍 할매 곰탕'으로 유명한 '박소선' 할머니 가족의 이야기가 그 중심을 이룬다. 낙동강을 굽어보고 비슬산을 등진 한적한 경북 시골 마을 동지미. 이곳에서 경주 김씨 양반집 딸 '해현(저자의 어머니)'과 자수성가한 성실한 사업가 '이관의(저자의 아버지)'는 신혼 살림을 차려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아들 '환(저자의 오빠)'이 다섯 살, 딸 '지희(저자)'가 갓 두 돌을 넘겼을 무렵, 관의는 뇌출혈로 쓰러져 1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자상한 남편, 너그러운 대지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그가 뇌출혈로 쓰러지던 날도, 머나먼 세상으로 떠나던 날도, 앞마당에는 부인이 그토록 좋아하던 찔레꽃이 낙화 되어 흩날렸다. 그 후 해련은 '해풍댁'이라 불렸고, 남편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려 험한 농사일을 머슴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 남편이 떠난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무밭에 서 있던 현풍댁은 파내고 남은 무를 먹어도 되냐구 묻는 '소진(박소선)'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배다른 남매인 딸 '선옥'과 아들 '태범'과 함께 한많은 유랑 생활을 해온 소진은 현풍댁의 배려로 그녀의 뒤채에 살게 되면서 비로소 떠돌이 삶을 마감한다. 지아비와 아비가 없다는 동질감으로 인해 현풍댁과 소진, 환과 범, 선옥과 지희는 친가족 이상의 교감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환이 초등학교 6학년, 지희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남달리 교육열이 강한 현풍댁은 생의 기반인 동지미를 뒤로 하고 대구로 이사해 아이들 교육에 온 정열을 쏟는다. 그과정에서 남편의 재산을 관리하던 시동생과의 갈등으로 현풍댁은 시세의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목숨처럼 아끼던 땅을 팔아야만 하는 아픔을 겪는다. 별다른 돈벌이가 없는 현풍댁은 곶감 빼먹듯 패물을 팔아가며 자식들 교육에 전념한다. 딸 지희는 이런 어미의 마음에 보답하듯 일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아들 환은 일류 중 · 고등학교에 떨어지더니, 집안의 전 재산이 든 통장을 훔쳐 여자친구와 함께 가출하는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어미에게 깊은 시련을 안겨준다. 가출했던 아들도 돌아오고, 딸의 대학 진학도 순조로울 것 같아 현풍댁은 모처럼 평온을 되찾는다. 하지만 곧 현풍댁은 토지 사기사건에 휘말려 땅과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잃게 되고 그 충격으로 쓰러져 한쪽 다리는 절뚝이는 신세가 된다. 집안의 몰락으로 전액 장학금을 주는 지방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던 지희는 가정교사로 숙식을 해결하며 고달픈 대학 생활을 한다. 유신체제와 암울한 시대적 비극에 방황과 좌절은 더해 갔지만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지희는 국어국문과에서 서서히 빛을 발하게 되어 세 편의 시가 추천을 받아 문예지에 실리는 등 문학인으로서의 꿈을 착실히 다져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