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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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말년 불가살이전 (우리 괴수 소설의 효시)

<송도말년 불가살이전 (우리 괴수 소설의 효시)> - 국내 최초로 괴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문 고전소설 - 조선 건국 이야기를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역사 팩션이 휘몰아친다! 1921년에 첫 발간된 「송도말년 불가살이전」은 '허주자'라는 필명으로 작가 현병주가 한글로 쓴 고전소설이다. 현병주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 작가인데,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회사에서 출판과 창작 활동을 겸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역사와 설화에 기반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 소설은 지금도 상상하기 힘든 가공의 생명체 '불가살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콘텐츠 소스가 절실한 오늘날에 주목받을 만하다. 불가살이는 우리 구전 설화에 나오는 쇠붙이 먹는 괴물이 창작 모델이다. '불가사리 쇠 집어먹듯 한다', '송도 말년의 불가사리' 등의 옛 속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에게 낯선 존재는 아니다. 고전 연구가들은 불가살이 설화가 3세기 중국 불전 「구잡비유경」 속 설화 ‘화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국고의 바늘만 먹다 불덩이가 된 화모와 쇠붙이를 탐식하다 종이 된 불가살이가 쇠를 먹는다는 공통된 모티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화모 이야기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 등에 전파되어 지역마다 고유한 설화로 발전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소설이 사라지고 신소설이 각광받고 있을 무렵, 고전 색채가 짙은 역사를 배경으로 지금의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괴수를 등장시켜 독창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한 부분은 국내 팩션 장르의 선구적 작품이라 여겨진다. 그야말로 '우리 괴수 소설의 효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가살이전

<불가살이전> 1921년 현병주가 일제 강점기에 쓴 소설로 고려 말부터 조선의 건국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려 의종 때 최시랑이 난리를 피해 흥국사에 있던 중 기이한 암자에 갔다가 비석 밑의 구멍에서 동방청제의 아들인 불가살이를 풀어 준다. 불가살이는 최시랑에게 감사의 뜻으로 구슬 세 개를 주고 사라졌다. 이후 최시랑은 3대 동안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고려는 요승 신돈에 의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이때 이성계는 신이한 승려와 점쟁이에게 장차 존귀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되고, 홍건적과 맞서게 된다. 이성계는 홍건적의 장수 아지발도를 무찌르고, 불가살이가 나타나 적의 병장기를 먹어 치우고 불덩어리로 변해 적들을 무찌른다. 불가살이는 남방의 적장 꿈에 나타나 이성계와 대적하지 말고 항복하라 위협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후 이성계는 위화도에서 회군하고 마침내 조선을 건국한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은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따라가고 있지만, 일본의 장수인 아지발도가 홍건적의 장수로 표현되어 있는 것처럼 내용의 일부는 실제 역사와 다르게 나타나 있다. 또 대개 불가살이 설화에서 불가살이는 퇴치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현병주는 불가살이를 신격화시켰다. 이런 오류와 상이함은 현병주가 혼동을 했다기보다 내용이 허구라는 점을 강조해 검열을 피한 것이며, 기이한 존재를 내세워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신성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일제의 지배하에 한국형 요물인 불가살이를 내세우고 조선의 정당성을 표방한 것이다. 이 작품은 국권 침탈의 상황 속에서 출판 탄압이 행해지는 가운데 교묘하게 허구를 버무려, 살아남은 국민들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체성과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