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발췌 트리스탄> 중세에 시인은 단지 구전된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사람으로, 독창성이나 개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대에 고트프리트는 전승되어 온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를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재탄생시켰다. 이로써 ≪트리스탄≫은 중세 문학의 백미로 꼽히게 되었고, 13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문학작품으로 평가된다. 묘사의 투명함과 명확함,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서사의 마력, 구체적인 완결성과 인물들의 일관된 성격, 언어의 아름다운 멜로디, 각운으로 이 작품은 중세 궁정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은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문학적으로 수용 및 재창작되었다. 이 작품이 처음 재조명된 것은 1865년에 초연된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통해서였다. 바그너는 자신의 후원자인 베젠동크 부인을 연모하게 된 개인적인 체험을 용해시켜 ‘죽음에 이르는 사랑’을 테마로 한 음악극을 창작했다. 당시 쇼펜하우어의 철학적인 영향과 더불어 낭만주의의 이상적인 사랑을 형상화한 바그너의 해석은 ≪트리스탄≫의 현대적인 수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그너의 열정적인 후원자이자 애호가인 독일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가 노이슈반슈타인 성 내부를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모티브로 치장한 것은 유명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상투적이고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춘향전≫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지고지순한 이상화된 사랑이 아니라 다양한 욕망과 감정이 투영된, 고통이 함께 수반되는 인간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다. 그래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치명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의 대명사로 통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