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톨라니 데죄
코스톨라니 데죄
평균평점
에데시 언너

<에데시 언너> 편견과 위선에 맞서 평등과 박애를 부르짖은 양심의 목소리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헝가리 문학을 맛볼 수 있게 하는 이 소설은 쿤 벨러가 외국으로 도망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차 세계대전 후 세워졌던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이들에 의해 해체되었던 부르주아적 사회질서가 부활하는 혼란스러운 헝가리 국내 정세와 양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 대륙의 격변기 속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부르주아지의 모습을 코스톨라니 데죄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부르주아지의 모습 가운데 이 소설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부르주아지로서 안락하고 호사스러운 삶을 사는 데 불가결한 존재인 가정부를 대하는 면모다. 주인공인 가정부 에데시 언너를 대하는 비지 부부 및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신분이 낮고 직업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당시의 현실은 언너를 위해 부당함을 호소했던 양심적인 의사 모비스테르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는 단지 100여 년 전 헝가리에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수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등하다’라는 진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종다리

<종다리> 어릴 적 노래하는 모습 때문에 ‘종다리’란 별칭이 붙은 딸. 변변치 않은 외모 때문에 결혼 적령기를 넘겼지만 그녀는 가정에 충실하고 살림살이도 완벽하게 한다. 그들 가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서정연하고 화목하다. 어느 날 종다리가 일주일간 외삼촌 댁을 방문한다. 부모는 떼어 놓은 적 없는 딸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딸을 배웅하면서는 눈물까지 보인다. 하지만 일주일간 그들은 음식이 형편없다고 딸이 흉보던 식당에 가고, 폐쇄된 공간을 싫어하는 딸 때문에 보지 못하던 오페라를 보러 극장에 다니고, 스스럼없이 술 마시고 가벼운 놀음도 즐긴다. 그렇게 어느덧 자유를 만끽하기에 이른다. 그사이 부담스러운 짐인 동시에 억압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딸에 대해 부모도 딸도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한다. 코스톨라니 데죄는 19세기 말 헝가리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애정을 가지고 가감 없이 그려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혁명,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2중제국 성립 등 시대의 당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다. 이는 작가의 상황 인식이기도 하다. 헝가리 문학의 거장 코스톨라니 데죄에 대해 그의 전집을 간행했던 시인 줄러(Illyés Gyula)는 “그의 언어 구조물은 프랑스의 대가가 불어를 그리고 영국의 대가가 영어를 쓰듯이 그렇게 헝가리 언어를 구사”했고, “헝가리 언어와 문학이 세계적으로 최상의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토마스 만은 그의 소설을 읽은 후 “유럽의 정신 문화계에 헝가리 젊은 작가의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