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현
이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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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옹패설

<역옹패설> 통유의 첫 번째 상, 이제현(李齊賢) 조선 전기의 사대부들이 지향했던 문학과 정치, 철학에 통한 선비, 통유(通儒). 고려를 대표하는 지성 이제현은 가히 통유라 할 만하여 이색(李穡)은 “도덕의 으뜸이며 문장의 본원”이라고 기리기도 했다. 이색의 영향을 받았던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학풍이 이색을 거친 이제현의 학풍에서 연원한다고 생각했다. 이제현에 대한 존숭 역시 이들과 함께 지속되었다. 그가 우리 문학사에 기여한 업적은 고문 창도(古文唱導)와 악부 제작(樂府製作)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역옹패설≫의 곳곳에서 그는 한유(韓愈), 유종원(柳宗元), 구양수(歐陽脩) 등 당송(唐宋)시대의 문인들을 존숭하고 본받을 것을 말하고 있다. 그의 산문은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읽고 이해하기 쉬운데 이는 고문 학습의 결과로 보인다. 또한 그는 <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이라는 장단구의 악부를 지었고, <소악부(小樂府)>에 우리 민요를 악부 형식으로 옮겨놓기도 했다. 종합적 성격의 문헌, ≪역옹패설≫ 시에 관한 이야기, 역사적 고증에 관한 견해, 경전에 적힌 어구나 사건에 대한 변증뿐만 아니라 작자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 인물의 일화도 담긴 ≪역옹패설≫은 저작의 성격이 단일하지 않고 종합적이다. 이런 성격은 후대의 저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서거정(徐居正)의 저술 중에서 ≪동인시화(東人詩話)≫,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필원잡기(筆苑雜記)≫ 등 세 편은 모두 이제현의 ≪역옹패설≫을 염두에 둔 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립적인 저술의 모본이 되었건, 종합적 저술의 비조가 되었건 ≪역옹패설≫은 뒤로 이러한 유형의 소재와 글쓰기의 모범이 된다. 올바른 인사(人士)가 걸어야 할 진리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이제현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칩거하며 ≪역옹패설≫을 저술한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잡다한 경사 고증(經史考證)과 사실 핵론(事實劾論), 문예 비평(文藝批評) 등 이제현의 박학다식을 볼 수 있지만, 또한 올바른 인사(人士)가 걸어야 할 마땅한 진리의 길에 대한 그의 고민과 확신을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그는 고려가 원 제국의 질서 아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바탕에서 정치의 가치를 찾고 있다. 동일 문명권 아래 개별 민족이나 국가 공동체의 이질성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게 될 우리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