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희망> ≪더 큰 희망≫은 외관상으로는 빈에서 전쟁을 체험하고 마지막으로 빈을 둘러싼 전투에서 수류탄에 의해 산화하는 반(半) 유대소녀의 이야기로 전쟁 소설을 연상케 한다. 두 명의 “잘못된”(유대인) 조부모가 있는 엘렌은 초라한 집에서 유대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두 명의 “잘못된” 조부모를 두었기 때문에 특권을 가진 박해하는 자들에게도, 차별과 배척을 당하는 박해받는 자들에게도 속하지 않는 그녀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희를 통해 죽음의 불안에서 벗어나, 더 큰 희망의 밝은 빛을 믿으면서 죽음에 뛰어드는 어린이들에 관한 서정적 이야기다. 느슨하게 엮어진 일련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는 다큐적, 역사적, 자전적 현실이 시적 현실로 변화되어 나타난다. 이 시적 현실에서 나치의 비밀경찰에 쫓기는, 언제 집단수용소로 끌려갈지 모르는 아이들이 유희와 연극을 통해 현실에 저항하고 거부의 몸짓을 한다. 소설에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도, 히틀러라는 이름이나 유대인 또는 나치스라는 개념도 언급되지 않는다. 게슈타포는 비밀경찰, 유대인은 잘못된 조부모를 둔 사람, 제복을 입은 아이들은 히틀러 유겐트로 에둘러 표현된다. 어른들은 개체로서가 아니라 기능에 따라 등장하므로 이름이 없다. 소설은 이름이 있는 엘렌과 유대인 아이들에 의해 주도된다. 또 다른 특징은 현실세계와 환상(꿈)의 세계가 교차하는 점이다. 특히 여주인공의 소망과 불안이 낮과 밤의 꿈을 통해 표현된다. 표현양식 면에서도 사적 표현과 시적 표현이, 내적 독백과 대화가, 전지적 서술과 인물 시각적 서술이 교차한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묘사가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