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1930년 타이완 난터우현 우서에서 일어난 원주민 타이야족의 반일 투쟁에 대해 작가가 소년 시절부터 품고 있던 의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사건의 생존자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는 땅으로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대의 후손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자신의 역사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우서 사건은 1895년 타이완의 일본 할양 후 곳곳에서 벌어진 무장 항일 운동 중 하나다. 1차 우서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는 마호포의 두목인 모나 루다오의 장남과 일본 순사 사이에 있었던 다툼이었다. 다툼으로 두목의 아들이 곤경에 처하자 부락 사람들이 들고일어났으며, 부족 내의 여러 마을도 이들과 뜻을 같이했다. 실제 원인은 원주민에 대한 노동력 착취, 원주민 여성과 일본인의 혼인 문제, 마허포 두목과 일본 통치자의 갈등 등이었다. 1930년 1차 사건 당시 지역 운동회에서 일본인이 습격당하자 일본 군경의 대규모 진압이 시작되었다. 이 사건으로 여섯 마을에서 전사하거나 자살한 사람이 총 644명이었다. 2차 우서 사건은 다음 해 4월에 발생했다. 사건 당시 500여 명의 타이야인들이 항복하여 수용소에 모여 있었고, 평소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사이더커와 갈등이 있었으며 우서 사건에 동참하지 않았던 다오쩌인이 일본의 조정과 묵인 하에 200여 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후 우서 지역의 생존자들은 촨중다오로 강제 이주되었으며, 이후로도 계속해서 감시와 처벌이 이어지며 인구도 크게 감소했다. 작가는 소설의 형식으로 우서 사건의 생존자와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으며, 이를 토대로 우서 사건의 정당성과 적합성 여부를 당대의 관점에서 새롭게 평가하고자 했다. 기존에 사료로 남아 있는 기록은 주로 일본 학자들에 의해 이뤄진 조사와 평가의 결과물이었고, 뒤이어 대륙에서 온 새로운 통치자가 이를 승인하며 사건의 지위가 확정되었다. 소설 속의 ‘나’는 여기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결여되어 있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더 늦기 전에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이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우허를 천재적인 작가로 평가했는데, 그만큼 그의 소설은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획기적이고 참신하다. 소설에는 그의 이웃에 사는 누이와 함께 떠난 추적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부족 사람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엉켜 있다. 복잡한 서술은 작가의 전략이며 실제 사건을 서술의 대상으로 삼고도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없는 사건과 인물을 함께 등장시켜 단순한 사건의 기록을 넘어서려는 치열한 계산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