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기(閑 郊 記)> 적어도 룸펜 아니고야 일요일도 아닌 오늘 같은 날 집에 붙어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어느덧 한 개의 만성 룸펜으로 전락한 나는 이제는 그나마 두어 군데(명색만은 말은 해둔)에서 이제나 저제나 올 듯만 싶던, 아니 꼭 오려니 하고 기다리던 편지조차 기다리기에 진이 날 대로 났다. 절대의 자신이, 요행으로, 요행히 다시 만인게 뽑기로 이렇게 자꾸 내 자신 희망이 엷어가는 한편, 이제는 거리에 나다니기조차 게을러 대개는 두꺼비처럼 어둑한 방 속에 들어박혀 하는 일 없이 천장의 무늬나 헤어보고 묵은 잡지나 뒤적거리며 날이 꾸물거리기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