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잘난 스승께서 알려주지 않았나 보군. 야수의 주인이 되었다는 표식을 이 몸에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난폭한 야수가 뛰쳐나와 날뛰게 될 테니. 이왕 남겨주려거든 깊고 거칠게 남겨 주길 바라.” 연갈색 눈망울에 들어온 황제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길쭉한 목을 쭉 빼 보였다. 시골 영주 친척에게 빌붙어 사는 엉터리 치유사의 천덕꾸러기 딸 아라벨. 숲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흑표범을 살려줬더니, 붉은 눈의 황제가 눈앞에 나타나 황궁으로 가자고 한다. 저주를 풀기 위해 황후 후보로 황궁에 입성하라 하지만, 황후는 꿈도 꾸지 말라 매혹적인 입술로 단호히 말한다. 언제부터인지 절대 욕심내서는 안 되는 그를 보면 가슴에 수백 마리 나비가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자꾸만 커지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황제의 저주를 풀기 위해 황후 간택 경합에 뛰어드는데……. 가는 곳마다 날카로운 적빛 시선이 목덜미 뒤로 느껴진다. 선과 악 사이를 오가며 검을 휘두르는 절대 군주 맥스웰 황제. 그의 저주의 열쇠를 쥔 맑은 영혼의 빛의 소유자 아라벨. 봉인할 감정조차 가지지 않은 그에게 최고의 희생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가르쳐 준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의 이야기이자, 무시받던 천덕꾸러기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제국의 황후에 오르는 아라벨의 성장기. 그들의 아련하고 아름다운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초대합니다.
“빨아야 할 입술은 얼어 있고, 핥아야 할 혀는 뒤로 숨은 걸 보니, 쯧. 한주 전략실 코칭이 형편없군. 실망인데.”충격으로 말문이 막힌 수아의 까만 눈망울이 흔들렸다.수아의 입술에서 손가락을 뗀 권지후의 양쪽 입꼬리가 느슨하게 올라갔다. 방금 들은 저속한 말이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고아한 미소였다.그러나 곧 수아는 권지후의 눈이 웃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저를 향해 내리깐 진갈색 눈동자에서 온기 한 점 찾을 수 없다.직감적으로 도망가야 한다는 빨간 불이 머릿속에서 깜빡댔다.지후가 가소롭다는 듯 픽 웃으며 한 발짝 물러서는 수아의 허리를 낚아챘다.“계약 이행해야지. 오늘 밤 최씨들이 채수아에게 기대하는 게 클 텐데.”* * *수아의 시간은 그릇에 고인 물처럼 흐르지 않았다.5년 전 제가 저지른 교통사고 이후, 수아의 삶은 멈춰 있었다.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는 불구가 됐으며, 동생은 차가운 병실에서 깨어나지 않았다.기억은 잃었지만, 죄책감은 하루도 잊지 않고 살아왔다.엄마의 조종대에 움직이는 자아 없는 마리오네트처럼.그리고 그녀에게 내려진 임무, 한주의 몰락을 막기 위한 권지후와의 계약 결혼.세상은 권지후, JH 홀딩스의 대표 지후를 ‘폐륜아’라 불렀다.고아가 된 저를 후원해 준 수아의 외할아버지, 최 회장을 배반하고 한주를 위협하는 남자.“한주를 위해 네가 어디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지켜보지.”결혼 첫날부터 지후는 수아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불행한 결혼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데.“시리도록 차가운 남편에게서 난생처음 온기와 아늑함을 느껴.”낯설어야 했다.그런데 지후의 시선과 손끝은 이상할 만큼 낯익었고,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지후를 욕심내는 순간, 멈춰 있던 그녀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이 만남은 악연인가, 운명인가.그 끝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복수와 오해의 소용돌이 속, 멈춘 시간을 깨우는 운명적 사랑과 쌍방구원의 이야기.#쌍방구원 #정략결혼 #능력남 #상처녀 #첫사랑 #복수 #소유욕 #오해 #미스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