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로
박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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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토끼 백숙이 될지도 몰라

천계인도 입학이 힘든 곳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날밤 새워 가며 공부한 것이 허무하게, 토끼 영물인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은 월궁 뿐. 이제 평생 계수나무 그늘 아래서 방아질만 해야 한다니. "인간으로라도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평생 이리 살 수는 없어! 욱하는 마음에 인간이 될 수 있는 금기초가 있다는 흑룡궁으로 떠났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허름한 궁궐 한 편에 있는 보랏빛 풀을 찾은 그 순간. "게 누구냐." 느릿한 중저음의 목소리. 검은 눈썹, 검은 머리카락. 나른하고 여유 있는 포식자의 짙은 눈. 사람 해골에 술을 부어 먹는다던, 짐승 살에 코를 박아 넣고 뜨끈한 생피를 빨아 먹는다던 흑룡을 마주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침입자라니...... 흠, 이 김에 토끼탕으로 몸보신이나 할까?." 난초처럼 매초롬한 입술로 정답게 웃는 흑룡의 까만 눈빛은 냉랭하게 반짝였다. 진짜 이렇게 흑룡의 밥이 된다고? 말도 안된다는 생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을 때.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솥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약초물이 코앞에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으악! 토끼야, X 됐어! 진짜 X 됐어!

황룡의 정원엔 향기없는 꽃이 산다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 이용가와 19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채 국가, 규선. 빈민가 주민인 바리는 쉴새없이 늘어가는 요괴에 맞서고자 수도의 학관에 잠입한다. 도술서를 훔쳐, 자경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그날 밤, 미친 놈 하나 때문에 자신의 운명이 바뀔 줄도 모르고....... "신기하군. 아무 냄새도 안 나, 너." 휘파람이 섞인 듯 청량하고 선선한 목소리. 그와 대비되는 불이라도 머금은 듯 붉게 소용돌이 치는 눈빛. 흥미롭다는 표정의 남자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왔다. 목덜미와 귓가에 닿는 그의 숨결이 거짓말 같았다. "아니, 지금 뭔가 오해가......." "내가 좀 급해. 그러니까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마." 붉은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형형하게 눈을 빛내는 그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진 거짓말 같은 시간. 바리는 이 모든 게 눈을 뜨면 사라질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극양인에게 발현된 극음인이라니. 저 빌어먹을 새끼가 없다면 숨조차 쉽게 쉬지 못하다니. 하지만 더욱 짜증나는 건. "거봐." "......." "나 없이 어떡할 건데?" 위급한 순간에 나타나 시원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도은기가. 저만 졸졸 따라다니며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는 도은기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는 거였다.

허니문인 줄 알았는데 하오문

“소문 들었소? 개방 상강(上江)의 여식 말이오. 그 여식과 혼인하는 자가 무림을 재건하는 천하제일인이 된다더군.” "산호? 걔랑 혼인하느니 재건 안 하는 게 낫겠는데......?" 무림에 상처만 남긴 마교 전쟁.  당시 사대세가, 사대문파의 주요 인물과 고수들은 천마 처치는 성공하였으나 무수한 전쟁고아만 남긴 채 일시에 영면에 들고 만다. “마교 토벌은 마교 토벌이고 장사는 장사지.” 천마는 팔무림맹에 맡긴 채 생업에 충실했던 하오문과, “마교 토벌 우리도 가야 하지 않겠니? 근데 누가 가니?” 정의와 협심으로 똘똘 뭉쳤으나 고수가 없었던 개방만이 모든 세가와 문파가 망해서 사라진 텅 빈 무림에 남아버렸다! 그로부터 50년 후.  예전에 존재했던 검법이란 검법은 죄다 합쳐지고, 도식이란 도식도 죄다 합쳐진 강제적 전국 통일 병맛 무림의 시대. 개방 상강의 망나니 딸 산호와 혼인을 하는 자가 마교 토벌 이전의 찬란했던 대 무림을 재건하게 된다는 은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