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몰라도 이런 건 다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호를 맡은 남자. 그의 새카만 눈동자는 여전히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맹렬한 것인지, 시시한 것인지조차. 남자가 나직이 속삭일 때마다 그의 입술과 맞닿은 살가죽이 간질거렸다. “내가 어떻게 놀 줄 알고, 이렇게 밤마다 찾아와서.” “읏……!” “겁도 없이. 응?” 그는 제인을 제 품에 가둔 채 속삭임을 이어갔다. 어쩐지 이번에도 자신을 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쑥 오기가 솟았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매번 물러나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러는 거지.” “그럼 안 물러나면 될 일 아닙니까.” “…….” “술 먹고 섹스하는 데 거부감 있어요?” 예상치 못한 말에 대답조차 잊은 찰나, 단숨에 제인의 목줄기와 턱을 감싸 쥔 그가 무표정하게 허리를 숙였다. “자고 가세요.” 한 번 넘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기로. 그 밤이 두 사람을 욕심껏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