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블루
유블루
평균평점 4.00
울지 않는 고목

※ 대사 중 일부 사투리는 현재의 한국어 어문 규범과 다르게 표현되었습니다. 두 번의 이별, 그리고 세 번째 만남. 8년 전, 증발하듯이 노영을 떠난 수윤이 다시 그 앞에 나타났다. “질린다고 키우던 개새끼 그렇게 버리고 가면 되나?”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싸늘한 시선에도 심장이 저려올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그래. 닌 진짜 사람 병신 만드는 거 하나는 소질 있다.” 노영이 돌아섰다. “지겹네.” 늘 자리를 지키는 고목. 바람을 막아주고 우산이 되어주고 그늘이 되어주던 나무가 눈앞에서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스스로 뿌리를 태우며 죽어가고 있었다. 이게 그 초라한 사랑의 말로였다. “그렇게 가지 마, 노영아…….” 수윤에게도 그런 날들이었다. 두고 온 날들이, 홀로 남아 무너지고 있을 노영이 수윤에게도 사랑이 아닐 리는…… 없었다.

슈드 낫 (15세 이용가)
4.0 (1)

“아무것도 몰라도 이런 건 다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호를 맡은 남자. 그의 새카만 눈동자는 여전히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맹렬한 것인지, 시시한 것인지조차. 남자가 나직이 속삭일 때마다 그의 입술과 맞닿은 살가죽이 간질거렸다. “내가 어떻게 놀 줄 알고, 이렇게 밤마다 찾아와서.” “읏……!” “겁도 없이. 응?” 그는 제인을 제 품에 가둔 채 속삭임을 이어갔다. 어쩐지 이번에도 자신을 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쑥 오기가 솟았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매번 물러나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러는 거지.” “그럼 안 물러나면 될 일 아닙니까.” “…….” “술 먹고 섹스하는 데 거부감 있어요?” 예상치 못한 말에 대답조차 잊은 찰나, 단숨에 제인의 목줄기와 턱을 감싸 쥔 그가 무표정하게 허리를 숙였다. “자고 가세요.” 한 번 넘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기로. 그 밤이 두 사람을 욕심껏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