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날, 귀찮은 당번 일이 있는 날, 시험을 보는 날. 그렇듯 학교에 가기 싫어지는 날에 불려나오는 모조품(레플리카)── 그것이 나. 자유롭게 나돌아다닐 수 없고, 본체(오리지널)를 대신해서 움직이는 것이 사명인 인생. ──그랬을 텐데, 사랑에 빠졌다. 좋아하게 된 그 사람이 나를 알아볼 수 있게, 머리 모양을 바꿨다. 학교를 빼먹고, 둘이서 몰래 멀리 외출했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더 나중에도 또 보자고 약속했다. 이름도, 몸도, 전부 내 것이 아니어서 공허한 나지만, 이 사랑만큼은, 나만의 것이다. 아주 순수하고, 조금 신비로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청춘 연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