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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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까지 독점하려는 악마에게

“취미지? 덫에 걸리는 게.” 덫에 걸린 새 한 마리를 구해주었다. 그 새가 악마인 줄도 모르고. 그날부터 악마는 덫에 걸릴 때마다 제인을 불러냈다. 사계절 내내. 저를 구하러 오도록. * 악마가 속삭인다. “스스로 애써 엉망이 되지 말고…… 너를 내게 줘. 지금보다 더 어두운 진창으로 데려가 줄 수 있게끔, 네 심장과 영혼을 나에게 줘.” 제인은 알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게 누구에게나 있는 심장과 영혼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절망이라는 걸. 하지만 절망의 정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사랑.” “…….” “목숨을 바칠 정도로, 지독하고 맹목적인 사랑.” 악마가 또다시 속삭인다. “도망치고 싶으면, 지금 말해.” 달콤하게. 귀를 녹일 듯이. “나와 계약한 뒤에는 돌이킬 수 없어질 테니.”

공작님, 짐승이 되어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 한 마리만 제 품에 안겨주세요!” 소원을 빌자마자 고양이 한 마리가 하늘에서 선물처럼 뚝 떨어졌다. “포로롱. 하늘이 내 소원을 들어주었나 봐!” [멜디아.] “응!” [네 소원, 아기…… 고양이라고 하지 않았니?] “저것 봐. 고양이잖아!” [네가 말한 아기…… 고양이의 범위가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는데.] 백번 양보해서 고양이와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치자. 하지만 저건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맹수잖아?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멜디아는 해맑게 아항항! 웃었으니. “왕 크니까 왕 귀여운 왕 고양이야!” 그때까지만 해도 멜디아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 짐승이 제국의 검이라 불리우는 퀴르문 라베가드로라는 사실을. 그런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자는 ‘반드시 사살’하라는 황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 퀴르문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멜디아 양. 내가 다시 설명해 줘야 할 부분이 있을까?” “아니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이해했어요!" 멜디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술 마법을 쓸 줄 아시는 폐하께서 공작님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이 나타나면 모가지를 댕강! 하라고 하셨다고요!” “댕…….” “네! 그래서 제 모가지가 댕강! 할 뻔했던 걸 공작님께서 막아주셨고, 그 대신 제가 직접 폐하께 인사드려야 한다고요! 그리고, 아!” “…….” “제 모가지가 댕강! 잘리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겠다고 말씀했고요! 맞죠!!” 맞다. 맞긴 맞는데……. 모가지가 댕강 잘린다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신나서 말하는 게 맞나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퀴르문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팡! 웃는 멜디아에게 홀딱 반하리라는 사실을. 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백조차 못 하고 속으로 온갖 주접을 다 떨어대리란 사실을. 사랑에 빠지는 순간 비극이 예정된 인간과 수인. 멜디아를 향한 북부 공작님의 짝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