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너는 사내인 것이다.”천화원의 대화장의 딸 송이현은 제 정인이었던 여민에게 이별을 고하고 화장이 되었다.오라비 수현을 대신해 남장을 하고서.그것이면 딸로서 인정받을 수 있겠지.아버지에게 예쁨을 받을수 있겠지….그 희망으로 천화원의 화장이 된지 10년.그렇게 과거를 잊고 살아가던 이현의 앞으로 낯선 사내가 꽃양귀비밭에 피투성이 된 채로 나타났다.너무나 그리웠던 제 정인을 꼭 닮은 사내가.그런데 사내가 이상하다.“나는 누구인 것이냐.”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더니 그는 기억을 잃은 상태.자신의 옛 정인을 닮은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 갈 곳 없는 사내를 받아준 그녀.이현은 여인인 것을 숨기고.무염은 사내여도 상관없는 이현에게 마음을 주고.서로를 향해가는 애틋한 속내를 감춘 채비밀스러운 동고동락이 천화원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내 첫사랑은 실패했다. 제일 친한 친구와 전 남친의 바람으로, 첫사랑에 철저하게 배신당한 예진. 인제 그만 인형 놀이를 끝내자고 모진 말을 내뱉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배신감과 분노로 휩싸인 그녀의 앞으로 회사 상사이자, 전 애인의 형인 기주가 보였다. 저 사람이라면, 그놈의 콧대가 납작해질 것만 같았다. 충동적일지 몰라도 이 사람을 이용하고 싶었다. “저랑 잘래요, 상무님?” 그런 예진을 바라보는 기주의 눈빛이 일렁였다.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수 없을 줄 알았다. 여자는 사치일 뿐이었고 귀찮은 존재였던 그였지만, 평소답지 않게도 몸이 반응했다. 그 또한 그녀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일까. 완벽한 후계 상속을 위해 필요한 것을 이 여자가 갖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전에 손에 넣어야 했다. 제 발로 손아귀에 굴러들어오겠다는데 마다할 리가. “복수, 도와줄게. 대신 그 대가는 톡톡히 받아주지.” 도망갈 생각 따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거지 같은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더는 서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그래서 첫사랑에게 도와달라는 속뜻을 담아 결혼하자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싸늘하게 그럴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놔줄 때 고맙다고 도망쳐.”그렇게 9년 후.“은시호, 오랜만이야.”그놈이 나타났다. 그것도 집안끼리 맺은 정혼자로.“개차반이 와도 너한텐 안 가.”“어떤 개차반일 줄 알고.”한서가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누가 와도 자신을 못 이길 거라는 듯이.“네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나와 결혼한다고? 너라면 이해가 가겠니?”“대가….”한서는 검지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다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네게서 받을 수 있는 게….”그의 눈이 시호의 몸을 훑어내렸다. 노골적인 시선에 괜히 제 몸을 감쌌다.“차차 생각할게. 시간은 많으니까.”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시호를 뒤흔들었다.아주 잠시지만 그의 눈으로 이채가 도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도망칠 수 없겠구나. 얘랑 결혼하겠구나.《놓지 않아》
"내 애인 맞아."술에 취한 어느 밤,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은 거짓말.허락 없이 맞닿은 입술 끝에 감추어 쏟아낸 마음은시작도 못 하고 끝나버린 짝사랑을 지키기 위한초라한 자기방어였는지도 모른다.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이후평소처럼 단조로운 하루를 버텨내던 어느 날,"안녕하세요, 떡 돌리러 왔습니다."서울 외곽, 조용한 헌인마을.꽃보다 더 꽃 같은 꽃집 남자의 등장으로,연시의 평범했던 일상에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우리 연애한다고 소문내고 다닐까요?”닿았던 입술보다 더 달큰한 유혹.무너진 마음 끝에 스며든 낯선 설렘이자꾸만 가슴을 두드린다.마치, 다시 사랑해도 괜찮다고 말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