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불행하게 살다 남자친구의 손에 죽은 남희우. 그의 내연녀 구현주에 빙의했다. 왜, 하필 구현주일까. 뒤에서 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그 사실이 드러날까 봐 희우를 떠밀어 죽인 이영윤. 아버지 사고를 덮은 것도 모자라, 어머니에게 충격까지 선사한 구양건설 회장 부부. 그리고 그들과 모두 관련이 있는, 구현주. 어쩌면, 이건 기회인지도 몰랐다. 삶이 철저하게 외면하던 희우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좋은 패. * * * 빙의 후 구현주의 권력, 재력, 외모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불안을 듣는 능력까지 얻었다. 문제는, 구현주의 남편 차해준을 움직이는 것인데……. “……네가 원하는 게 내 마음이야? 뒤늦게 사랑 놀이라도 하자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남편과 뜨거운 밤이라도 보내고 싶은 거야?” “……그런 거라면, 줄 건가요?” “몸도 마음도 나누는 결혼을 원한다면, 그래. 좋아, 다 줄 테니까…… 이혼만은 절대 안 돼.” 세상 모든 걸 가졌지만, 늘 불안한 남자 차해준. 세상 모든 걸 잃고도, 늘 불행했던 여자 남희우. 죄악과 구원 사이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귀안(鬼眼)을 숨긴 채 살아가던 새하, 어느 날 귀신에게 쫓기다, 회사 대표의 비밀을 목격한다. "연새하 씨, 지난밤 이곳에 왔습니까?” 사람의 정상 체온은 평균 36.5도인데, 그의 손은 몹시도 차가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대체 뭘 봤길래 이렇게 떨고 있을까.” 낮은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묻어나왔다. 뭐가 재미있는 걸까. 난 이렇게 춥고 무서운데. 이가 덜덜 떨려오는 바람에, 새하는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대표의 정체가 사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새하. 그 순간부터 삶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그러니까 선택해. 아까 그 잡귀처럼 죽을지, 아니면…… 내가 하라는 대로 따를지.” 귀안이 트인 후 오로지 평범한 삶을 바라는, 겁 많은 여자.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고 영면하길 바라는, 매정한 사신. 연새하와 신재이의 서늘한 로맨스.
사랑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 이제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연인과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인 연공인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언젠가 사랑을 느끼길 간절히 바라는 연공인 연희와 매일 밤,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는 연인 지한이 만났다. “제게 사랑을 가르쳐주세요.” 연희는 충동적으로 지한에게 사랑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고. “딱 하루, 연기해드리죠. 어차피 그쪽은 사랑인지, 연기인지 구분도 못 할 테니까.” 지한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데이트 이후. 연희는 20년 전 엄마 아빠가 남긴 편지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고, “연희 씨와 함께 연공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으면서, 나도 알아갈 생각입니다. 사랑, 그게 대체 뭔지.” 사랑에 부정적이었던 지한이 함께하기로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오묘한 동행이 시작되는데……. “다리는 괜찮습니까? 어디 봐요.” “괜찮아요.” “마사지할 겁니다.” “괜찮은데…….” “괜찮으면 지금 당장 걸어보든지. 아니면 가만있어요.” 무심한 말투와는 상반된 다정한 행동. “……연희 씨와 함께하는 게 싫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 집에 있는 게 싫은 거뿐이지.” 자꾸만 붉게 달아오르는 귓불. 겨울바람처럼 차가웠던 그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