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성국공(成國公) 연회(燕淮)의 세력이 하늘을 찌르는 시절, 사씨 가문은 성국공에게 죄를 짓고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중이었다. 사주녕의 남편 임원치는 비굴하게라도 목숨을 부지하려는 사람이었고, 사씨 가문의 딸을 처로 들인 일로 덩달아 눈 밖에 날까 봐 몹시 두려워했다. 임원치는 사주녕이 우연히 풍한에 걸린 것을 기회 삼아 약에 독을 타서 그녀를 죽이려 했다. 모든 것을 청산하기 위해.하지만 사주녕은 자신의 아들의 앞날을 완벽하게 마련해 주어야 했다. 그 전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녀가 질긴 목숨을 부지하자, 임원치는 ‘당신이 죽어야 잠가아가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걸 어찌 모르냐!’고 다그쳤다. 독으로 죽이지 못했으니 화병으로라도 죽이겠다는 듯이. “추워요. 안아줘요.” 사주녕의 말에 임원치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이해할 수 없고 짜증이 치밀었지만, 그래도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주었다. 온설라가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는 걸 보고 의아해져서 사주녕을 떼어놓으려는데 갑자기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피 묻은 비녀가 보였다. 그 비녀는 사주녕의 혼수였다.
한눈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전생의 그 남자라는 것을. 부유함으로는 경성에서 따를 가문이 없던 연가의 3소저 연약생은 집과 가족을 모두 잃고 말 못 하는 절름발이로 비참하게 살다 죽었다. 그래서 처음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몰락했던 가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건재했고, 그녀를 지키다 목숨을 잃었던 아버지가 살아 있었으니까.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약생은 맹세했다.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목숨 걸고 지킬 것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외가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한 약생은 정국공부 5공자 소욱을 만나게 되는데……. 약생은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전생에 그녀가 직접 시신을 묻어 주었던 그 남자라는 걸. * 원제: 掌珠 * 저자: 意遲遲 * 번역: 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