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로맨스 작가 ‘채다인’ 앞에 12년 전 아픈 첫사랑 ‘도윤재’가 불쑥 나타났다.대한민국에서 가장 섹시하고 관능적인 배우의 모습으로.지독한 상처만 남기고 떠났던 남자는 기어코 다인을 찾아내 고집을 부렸다.‘데뷔 10주년 기념 매거진’의 집필을 맡아 달라는 뻔뻔한 부탁과 함께.“야간 작업이라는 거 이런 뜻이야?”“이런 뜻이라는 거 몰랐다고 말 못할 텐데.”“아직 녹음기 돌아가고 있어.”“다행이군. 아주 작은 것까지 전부 기록되면 좋겠거든. 너와 내 숨소리 한 줌까지. 모조리.”서른이 되기 전 아홉 수가 불러온 재앙이었다.“일주일에 한번씩.”그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밤 11시. 야간 작업을 같이 했으면 해서. 보다시피 낮에는 좀 빠듯하거든.”과거의 남자를 작업실에 불러들이는 게 아니었는데.“이런 걸로 어떻게 해볼 수작이라면……”“수작 맞아. 개수작이지.”*“너를 찾은 진짜 이유. 모르겠어?”앞뒤 재지 않고 덤비는 이 미친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도윤재 네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널……”다인은 그의 목을 살짝 끌어안았다.“내가 널 함부로 대하는 거야.”“얼마든지. 발밑의 개처럼 굴어줄 수도 있어.”“……그럼 해보든가.”<[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스물아홉, 결혼 일주일 전 파혼당했다. 프러포즈를 기대했던 자리에서. “희재야. 우리 파혼하자.” 7년 동안 다정했던 애인은 이별도 상냥하게 안겨주었다. 그가 떠나고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처럼 버려진 날, 옆 테이블의 남자는 내 불행을 감상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독을 품은 꽃인 줄 모른 채, 낯선 남자에게 화풀이하듯 하룻밤을 강요했다. “당신, 나랑 자요.” “내가 누군지 알고 말하는 겁니까?” “누군지 알면 이 난리겠어요?” 다른 남자의 대체품이 되는 취향은 없다더니, 무료해 보였던 눈동자가 짙어졌다. “좋아. 생각이 바뀌었어. 애프터 서비스야.” “그게 무슨…….” “당신 파혼의 애프터 서비스.” 저속한 하룻밤, 미친 짓은 단 하루로 끝일 줄 알았다. 하룻밤 상대에 불과했던 그가 맹목적으로 날 찾기 전까지는. 오래된 사랑의 말로가 이토록 엉망진창이 될 줄도 몰랐다. 배신한 애인이 제 발로 다시 기어들어 오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