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루나
혜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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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없는 세계에 남겨진 것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헬렌이었다. 자칭 위대한 마법사 리안도르의 도움으로. “내가 널 깨웠어.” 모두의 사랑을 받던 황녀 바이올렛은 죽고 가족마저 버린 외로운 백작가 장녀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하필 사랑하는 남자 칼라일과의 결혼식 당일에. 평생 다신 못 만날 줄 알았던 인연들. 모두를 사랑하지만 잊어야 했다. 모두가 사랑하는 건 바이올렛이지 나 헬렌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하나둘 그들이 나타난다. 심지어 날 좋아하기까지! 빙의에서 깨어났어도 계속되는 얽히고 설킨 인연. 신의 장난인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매일 밤, 나를 안지 않는 남편에게

그토록 원하던 남자와 결혼했다, 헬리 디케.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배려까지 하며 안고 싶진 않아.” 상처만 남은 첫날밤 이후 5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에게 여전히 마음에도 없는 여자일 뿐이다. 나아가야 할 길을 잃은 그때, 남편의 첫사랑이 나타났다. 그녀를 보며 웃는 그를 본 순간, 깨달았다. “그녀를 정부로 들여요. 그걸로 부족하다면 이혼도 고려해 볼게요.” 당신의 첫사랑을 위해, 나의 첫사랑을 놓아야 할 때가 와 버렸다. * * * “루이든 힌스와 재혼이라도 할 생각인가?” “글쎄요. 곧 남이 될 사람에게 얘기할 거린 아니지 않나요?” 테이블에 올린 두 주먹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곧 남이 될 사람.’ 그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을 난도질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