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가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니 이용에 참고 부탁 드립니다. 여름 밤바람의 상큼한 냄새와 함께 들어선 이가 옆에 나란히 눕는 동안 그녀 가슴은 터질 것만 같이 부풀어 올랐다. 참으로 익숙한 냄새. 깊은 곳의 욕망을 끌어올리는 아득한 내음이 방안에 가득 찼다. 겁에 잔뜩 질린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이불 끝자락을 힘주어 꽉 움켜 잡았다. 이제 더는 뿌리칠 자신이 없었다. 한동안 곁에 누운 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런 침묵이 그녀는 오히려 더 두려웠다. 잠시 후,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아주 느리고 신중한 동작이었다. 그의 옷깃에 붙은 차가운 밤바람이 코끝에 바짝 다가 들었다. “아, 제발…….” 그녀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며 가슴을 다시 가리려고 하였으나 완력으로 당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얇은 저고리는 너무도 손쉽게 벗겨져 나갔고 속적삼까지 종잇장처럼 허무하게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남김없이 벗겨진 채 억울해진 금하는 흐느껴 울고 또 울었다. 이건 분명 치졸한 복수극이나 다름없었다. 그간 그를 거부해온 데 대한 복수. 복수하기 위해 남김없이 옷을 다 벗겨 조롱하는 것이리라. 물론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제 처지에 힘으로 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억울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작고 따뜻한 목덜미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몹시도 그리웠던 여인의 향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그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원했던 순간인가. 그는 가장 먼저 사랑하는 이의 눈가에 입부터 부드럽게 맞추었다. 울어서 촉촉하게 젖은 눈가에 연신 입을 맞추며 그녀의 가련한 몸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너를, 은애한다. 진심으로.” 깊이 사정하는 순간,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며 요 위로 털썩 쓰러져나갔다. 땀에 젖은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금하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천천히 감았다. 그 마지막 속삭임 탓에 그녀의 눈가엔 눈물 꼬리가 길게 맺혀버렸다. 강제로 몸이 열린 그 날, 그녀의 마음도 결국 함께 열려버렸다.
대한민국 여대생 박준희, 도서관에서 코피를 쏟으며 조선왕조실록을 외우다가 실제 조선시대로 가버렸다. 그것도 조선 최고 음란녀 박덕중(세조의 전첩 소용 박씨/실존인물)의 몸으로. 하필 임영대군 아들 구성군에게 집적거리다가 사형 직전에 빙의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미리 알고 있던 조선 역사를 이용하기로 한다. 다행히 그녀는 천재적인 암기력의 소유자였다.꾀를 써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성수청 국무당에까지 오른 박덕중은 구공신 세력에 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구성군 이준을 만나고 그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그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전생 사학도의 암기 천재 능력과 더불어 원래 타고난 아부와 내숭, 경박함으로 무장한 박덕중은 세조 이후 왕권을 틀어쥔 정희왕후, 막강한 훈구 대신들에 맞서서 조선의 역사를 바꾸고 조신한 남자 구성군 이준과 더불어 남이 장군까지 구할 수 있을까.조선시대 희대의 음녀 박덕중으로 빙의한 그녀의 코믹사극 <조선 무녀 박덕중>‣ 본 작품은 극적 재미를 위해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구성한 역사 팩션 소설입니다.
“오늘 밤 내 욕구를 채워준다면 네 아씨와의 혼인을 생각해보마. 대신 너는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내가 만족할 때까지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다. 어디, 생각해보겠느냐.”은향은 제가 방금 들은 게 무슨 말인지 믿어지지 않아 두어 번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련님께서 천하디천한 이 몸을 원하신다는 것이다. 민혜 아가씨와 혼인을 생각해보겠다는 조건으로. 하지만 혼인해주겠다는 약조는 끝내 하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차후에 아무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닐까.눈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저 그날 사냥터에서 나누었던 첫 입맞춤의 기억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