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리디북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이용가와 19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그마치 삼 년이었다. 그와 떨어져 있던 내내 이자벨은 죽지 못해 살았다. 하나 정말 죽어서는 안 되었다. 그녀에겐 혼인을 약조한 연인, 아르노가 있었으니까. 하여 살았다. 이를 악물고 살았다. 적국의 왕에게 희롱당해도, 그의 비에게 뺨을 맞아도 살았다. 버티고 버틴 끝에 드디어 만난 아르노이건만, “이자벨, 당신을 증오합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이가 자신을 증오한단다. 정부와 입을 맞추었던 그 혀로, 아르노는 수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이자벨은 그를 사랑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랑은 무한하지 못했다. 아르노를 바라볼수록 그녀는 문드러졌다. 이자벨이 그것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을 즈음, “그대를 위해 목숨까지 내걸고 왔다 말하면, 이자벨 당신은 믿을까요.” 아르노의 사랑은 다시 시작되었다.
왕국에서 가장 고귀한 과부, 알렉산드라 도버트. 부군의 죽음에도 변함없이 귀한 여인. 수많은 사내들이 혼자가 된 알렉산드라를 노렸다. 가장 먼저 청혼해 온 이는 친자처럼 키워 온 그녀의 양아들이었다. 드높던 명성이 배덕에 짓눌렸다. 요부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온 세상 손가락이 그녀를 가리켰다. 남자 또한 그녀만을 눈에 담았다. “내게 순순히 붙잡혀, 알렉산드라. 고귀해질 방법은 그뿐이다.” 카일 월터. 스스로 신을 등진 헨센의 도륙자인 동시에, 알렉산드라가 세 번째로 맞이한 남편이었다. “대신, 날 있는 대로 즈려밟아 줘.” 난폭한 정도가 적절했다. 귀족을 추앙할 줄도 몰랐다. 스물 남짓한 어린 기사에게 마음이 동할 리도 없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았다 해도, 그녀에게 있어 카일만 한 경유지는 없었다. 거쳐 가기 좋은 사내였다. 미련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분명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네 고귀함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순리라는 듯이 알렉산드라를 띄우던 카일은, “마음껏 나를 써. 쓰다 못해 닳거든 먼 곳으로 던져 줘.” 서글픈 눈으로 스스로를 낮추던 카일은, “던지고서는 나를 깔끔히 잊어. 넌 그래야만 해.” 사라질 것처럼 굴며 입을 맞춰 오던 카일은, 알렉산드라의 몸 곳곳에 자국처럼 남겨졌다. 무언가를 태워야만 남는 그을음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