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누구야?” “나? 널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네 목숨 줄 쥔 사람.” 회사 기밀 유출, 그로 인한 최악의 사채업자. 이건 믿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일을 저지르고 도주한 결과였다. 밑바닥인 현서에게 아버지가 사인한 담보 계약서를 내미는 윤지학이란 남자. 그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느른한 표정으로 현서를 옭아매었다. “나에게 원하는 게 뭐예요?” “네 목숨.” 지학의 차가운 시선이 가는 목 언저리를 훑었다. 이미 그에게 베인 것처럼 서늘하게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의 소유가 된 현서가 공포심에 도망쳤던 그날. 윤지학이란 남자와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그의 손안에서 무너져 내리던 그때. 물속에 가라앉는 몸이 수면에서 멀어지는 걸 멍하게 보는 것처럼 마지막 숨이 울컥 몸속에서 빠져나가 윤지학이란 남자로 온전히 채워졌다. 현서는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윤지학이란 수렁으로 아득하게 침잠했다.
황제의 위에 군림하는 왕 강흠.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그를 맞이한 건 자객이었다.위험한 순간 날아든 화살은 정확히 강흠을 노리던 세 명의 목덜미와 다리, 심장에 내리꽂혔다.목숨을 살려준 이를 쫓는 강흠은 향낭과 유희로 쏘는 화살촉을 단서로 얻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귀족의 여인이 그가 아는 전부였다."찾아라. 이 화살의 주인을."그의 살기 어린 눈이 가라앉았다.사냥을 쫓듯 그는 윤령을 목표물로 삼았다."정말 활을 못 쏘는 것이 참이냐? 거짓이면 목숨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목 언저리가 서늘해질 정도로 겁박하던 그는 갑자기 돌변했다.차갑도록 잔인한 그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윤령은 두려워도 그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죽고 싶지 않으면 나의 비가 되어라."그의 시선이 윤령을 옭아맸다.
“여기서 보게 될 줄 몰랐는데.” 2년이 지난 여름 끝자락, 완벽하게 끝이라 생각했던 전 남편은 진심으로 자신을 반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헛수고하지 않고 당신에게 연락할 걸 그랬어.” 누구보다 껄끄럽고 누구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 “당신처럼 나도 결혼이 다시 필요해졌어.” 첫 결혼은…, 계약 결혼의 정석을 보여주는 완벽한 정략결혼이었다. 티끌 하나 오차 없는 정략혼은 약속된 날 깔끔하게 끝이 났었다. 그러나 그는 두 번째 결혼 상대로 다시 한번 정연을 점찍었다. “이번 계약조항도 별반 다르지 않아. 단 한 가지, 내 아이를 낳아줘야겠어.” 무료한 말투가 서늘해 소름이 돋았다. 우현과의 계약이 허튼짓이라도 정연은 그의 덫에 기꺼이 걸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