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사랑 대신 돈은 어때?”필요 없어진 자신을 내치려던 태성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던 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몸까진 생각 없었는데……. 원한다면 그것도 하고.”“이거 놔요!”“그래도 이쪽으론 잘 맞지 않았나? 우리.”그로부터 자그마치 6년 만의 재회였다.수려한 외모에 뛰어난 업무 능력. 강호그룹의 전무 자리까지 차지한 태성은 예전보다 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간단하잖아. 난 네가 그 빚을 다 갚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주고, 넌 그냥 나랑 결혼해서 2년만 살면 된다고.”태성을 볼 때마다 비참했던 과거가 떠오르는 이현.두 번 다시 이용당하지 않겠다 다짐했으나 돈이 필요했던 그녀는 결국 태성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 *자연스럽게 입술이 닿고 당연하게 서로의 숨결을 머금던 그때.서로가 서로의 세상을 빈틈없이 채웠다.그랬던 우린……. 그때의 우린, 어디로 가 버린 걸까.오해로 점철되었던 두 남녀의 사랑 <비틀린 재회>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결혼과 동시에 차가워진 수혁은 크리스마스이브에마저 희진을 혼자 두고 떠나갔다. 바빠서 그런 거겠지.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전처럼 날 바라봐 줄 거야. 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선 희진이 보게 된 건, 앙숙인 유나와 호텔 객실로 향하는 수혁의 뒷모습이었다. 1년간 수혁의 냉대를 견뎌 왔던 희진에게는 진실을 확인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돌아오면 이혼하자고 말할 거야. 더는 미련하게 빈 껍데기만 부여잡고 바보처럼 살지 않겠어.’ 그렇게 결심하며 쓸쓸하게 귀가하던 희진을 거대한 트럭이 덮쳤다. 그야말로 비참하고도 불행한 끝이었다. 그런데……. ‘뭐야…… 수혁 씨가 왜 여기에 있어? 왜 맨몸인 건데?!’ 정신을 차리니 1년 전, 술김에 그에게 고백하고 함께 밤을 보낸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한 희진은 더 이상 수혁과 엮이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수혁의 집착은 심해져만 가는데……. “윤희진, 심재훈은 나랑 밥 먹을 테니까 걱정 말고 너는 대표님하고 밥 먹으러 가.” 와중에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린 유나의 태도까지, 희진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과연 희진은 불행하기만 했던 결혼을 막고 이번에야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25년 만에 겨우 만나게 된 언니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좋아합니다.” 복수하고 싶었다. “누구를. 나를?” 끝내 언니가 삶을 놓아 버리게 만든 그 여자가 간절하게 원하는 남자. “네, 대표님을 좋아합니다.” 그 남자를 가져야 했다. “좋아한다고. 나를.” 태건은 시현의 말을 따라 하며 낮게 읊조렸다. “내가 생각하는 애인이라는 관계가 어떤 건지는 알고 하는 소리예요?” 그가 생각하는 애인이라는 관계가 어떤 건지 상관없었다. “괜찮겠어요?” 악마처럼 언니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그 여자의 남은 생을 지옥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래도 괜찮으면 내 애인 하고.” 뭐든 할 수 있었다. 지독한 사랑에 빠져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결국 현실이 되어 버릴 거란 걸 알면서도. “네, 괜찮습니다.” 그의 애인이 되기로 했다.
무려 7년만의 재회였음에도 지난 시간이 무색할만큼 변함없이 훌륭한 외모였다. “반갑다고 인사라도 해 줘?”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끔뻑거리는 윤서를 향해 낮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서류에 꽂힌 채였다. “우리가 반갑다고 인사나 나눌 사이는 아닐 텐데요.” 서류를 두 손으로 꽉 말아 쥔 윤서가 최대한 싸늘하게 말을 건넸다. 심장이 쿵쿵 울리며 터질 것처럼 뛰었지만 절대로 긴장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 채 턱 끝도 살짝 들었다. 반갑다고 인사를 건넬 사이도 아니고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물을 사이도 아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 잠시 앓고 지났던 열병 같은 첫사랑. 좋았던 기억보다 아파했던 기억이 더 큰 흔적으로 남아 있는 아련한 기억 정도일 뿐이었다. 오랜 기간 묻어두었던 기억이 제멋대로 날뛰지 않도록 그 사람의 향기가 머무는 공간을 빠르게 벗어났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오랜만에 조우한 7년 전의 기억을 뒤로하고 애써 발걸음을 옮겼는데. “오늘 퇴근하고 약속 있습니까?” 회사 상사로 부임한 그가 갑자기 집착하기 시작했다. “약속 없으면 나랑 밥이나 먹죠.” “약속이 있든, 없든 전무님과 제가 밥을 같이 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이렇게 철벽이실까. 그래도 우리가 꽤 뜨거운 사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7년 만에 재회했으면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지 않나?” 미소든, 실소든, 조소든.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백강현은 윤서에게 너무 위험한 상대였다. 다시는 그에게 말려들지 않겠다고 아무리 애써 봐도 갑자기 밀려든 파도에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그가 이끄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갔다. “보고 싶었어.” 7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의 속삭임은 너무나 달콤했다.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의 곁에 두려는 것뿐이라 할지라도, 윤서는 그가 내미는 손을 끝내 거절할 수가 없다.
“오해할 뻔했어요.” “오해라뇨?” “그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내 옆에 앉아서 날 계속 쳐다보길래. 다른 뜻이라도 있는 건 줄 알았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홀로 떠났던 물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그를 만났다. “오해가…… 아니면요?” 아무래도 뭐에 홀린 것이 분명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말을 내뱉은 후였다. “괜찮겠어요?” 시헌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런 차림으로 여기서 남자들을 쳐다보는 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는 거냐고 돌려 말했는데, 오해가 아니라고 답하며 눈동자를 파르르 떤다. 무슨 대단한 결심까지 했다고 주먹에 힘은 꽉 주는지, 더 놀려보고 싶어졌다. “가죠. 더 시간 끌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덜컥, 소이의 심장이 세게 흔들렸다. 정말 수락할 줄이야. 머릿속이 미친 듯 요동치는데도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대로 그를 따라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혼연한 척 그를 따랐는데. “나랑 한 달만 연애해요. 가짜로.” 하룻밤을 담보로 그가 가짜 연애를 제안했다. 이제 와 그와의 달콤한 밤을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좋아요.” 이미 이성은 하얗게 바스러진 상태였다. 그의 제안이 어떤 의미인지 따져볼 여유 따윈 없었다. 스르륵, 소이의 눈이 감기며 시헌의 고개가 다시 한번 소이의 얼굴 위로 겹쳤다. 그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진소이. 분명 정리할 여자였다. 한 달이면 적당하다 생각했고 그 안에 모든 것을 되돌린 후 뒤돌아서면 끝일 여자였다. 젊은 혈기에 잠시 눈이 돌아 몸이 달아올랐다 해도 툭툭 털고 돌아서면 될 일이었다. 한여름 불볕더위를 서늘하게 식혀준 찰나의 바람처럼 그냥 그렇게 스쳐 보내면 될 일인데. 그런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 세글자가 나를 점점 더 미치게 하고 있다.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젠 진짜로 너를 가져야겠다.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결혼과 동시에 차가워진 수혁은 크리스마스이브에마저 희진을 혼자 두고 떠나갔다.바빠서 그런 거겠지.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전처럼 날 바라봐 줄 거야.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선 희진이 보게 된 건, 앙숙인 유나와 호텔 객실로 향하는 수혁의 뒷모습이었다.1년간 수혁의 냉대를 견뎌 왔던 희진에게는 진실을 확인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돌아오면 이혼하자고 말할 거야. 더는 미련하게 빈 껍데기만 부여잡고 바보처럼 살지 않겠어.’그렇게 결심하며 쓸쓸하게 귀가하던 희진을 거대한 트럭이 덮쳤다.그야말로 비참하고도 불행한 끝이었다. 그런데…….‘뭐야…… 수혁 씨가 왜 여기에 있어? 왜 맨몸인 건데?!’정신을 차리니 1년 전, 술김에 그에게 고백하고 함께 밤을 보낸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지독한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한 희진은 더 이상 수혁과 엮이지 않기로 한다.하지만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수혁의 집착은 심해져만 가는데…….“윤희진, 심재훈은 나랑 밥 먹을 테니까 걱정 말고 너는 대표님하고 밥 먹으러 가.”와중에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린 유나의 태도까지, 희진은 혼란스럽기만 하다.과연 희진은 불행하기만 했던 결혼을 막고 이번에야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가 잡아먹어요?”“네?”“뭘 그렇게 꼬박꼬박 거리를 둬. 같이 호텔도 갈 사이에.”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 벗은 몸을 훑어볼 땐 언제고며칠 내내 한채원은 눈길이라도 닿을까 봐 피하기 바빴다.어떻게든 시선을 끌지 않으려고 사뿐거리며 발소리를 죽였다.오히려 그런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제 시선을 더욱 잡아끄는 것도 모르고.그래서였을까. 보면 볼수록 자꾸만 더 끌렸다.해맑게 웃는 모습도 예쁘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향기도 좋았다.툭하면 붉게 달아오르던 두 뺨도 그랬다.그저 옆에 두고 달아오른 열기를 식힐 셈이었다면지금이라도 침대에 눕힐 수 있을 테지만, 고작 그런 욕구 따위를 품은 게 아니었다.가볍게 밤을 탐하고 싶지는 않았다.꼭꼭 걸어 잠근 문을 열고 그녀가 다가오길 천천히 기다렸다.마침내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뎌 그녀가 왔다.- 도진헌! 너 정말 그 아일 다시 만날 생각인 건 아닌 거지?다시라니.나는 애초에 그녀를 놓은 적이 없었다.“왜 아닐 거라고 생각하십니까?”아주 잠깐 바람을 쐬고 오도록 그냥 둔 것뿐이었다.“어머니도 아시잖아요. 몇 번이고 내다 버렸던 애착 인형을어떻게든 다시 꺼내 와서 끌어안고 잤던 아들이라는 걸.”누구보다 제 아들의 성격을 잘 아는 그녀는숨마저 꾹 참고 있는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러니까, 한채원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마세요.”비릿한 냉소를 담아 진헌이 수화기 너머로 싸늘한 목소리를 건넸다.“연락하거나 찾아가시는 날엔 나도 더는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언니, 그거 나 주면 안 돼?” 엄마가 돌아가신 후 기다렸다는 듯 새엄마와 함께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집으로 들어왔다. “언니, 이 방도 내가 쓰고 싶은데. 나 쓰면 안 돼?” 내 옷과 신발, 내 방과 내 아빠. 차츰차츰 나의 모든 걸 빼앗아 가던 장효진이. “자기, 그냥 도화 언니랑 헤어지고 이제 나랑 만나면 안 돼?” 이번엔 내 애인까지 뺏으려 한다. 날 두고 바람을 피운 애인도, 내 애인을 뺏으려는 장효진도 어떻게든 얼굴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도록 복수해 줄 생각이었는데. “내일 뭐 합니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승건 상무가 집요하게 직진하기 시작했다. “약속, 있습니다.” 몇 번이고 속절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다잡으며 그를 밀어냈다. 내일은 꼭 호텔에 가야 했다. 어떻게든 조환희와 장효진, 이 두 사람에게 개망신을 줘야만 했다. “깨라니까.” 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나 만나요.” 그는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기 싫은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는 거면.” “…….” “내가 도와준다고. 그럴 수 있도록.” 이미 답이 정해진 권유였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그 사정만 해결하면 나랑 한 번 만나줄 건가?” 만물을 관장하는 신의 눈동자처럼, 그의 눈빛엔 광기 어린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광기, 그 단어가 딱 적절한 남자였다. 제 비서인 장효진이 내 애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는 당당하고 자신 있게 손을 내밀었다.
“LK 뷰티 브랜드 총괄기획본부장 서강혁 상무입니다.” 단단하고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서빈의 심장을 가차 없이 흔들었다.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던 찰나의 기도가 무색해졌다.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그녀의 첫사랑, 서강혁이었다. 나를 알아볼까.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냐며 화를 내진 않을까. 혹시라도 그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나마 고민했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서빈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엔 티끌만큼의 변화조차 없었다. 고작 관심 몇 번 받았다고 특별한 사이라도 된 줄 알았던 걸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LK 그룹의 후계자인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기엔 깃털보다 더 가볍게 스쳤던 인연일 뿐이었다.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꽃잎 한 번 피워보지 못했던 가엾은 첫사랑은 기억 속에 고이 묻어 두고 이대로 협업에만 전념하면 될 테니. “서빈아.” 하지만, 못다 핀 첫사랑이 못내 아쉬워서였을까. “잤어, 우리.” 그를 더는 밀어낼 수 없었다. “그만 밀어내라고.” 서빈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집요하게 일렁이는 그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닿았다. “키스도 하고, 잠도 자고, 연애도 할 거니까.” 겨울이 지나면 다시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너는 그냥 내가 가자는 데로 따라오기만 하면 돼.” 언제까지나 제 곁을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한 눈빛으로 서빈을 바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