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YounDal)
윤달(YounDal)
평균평점 4.25
마님과 마구간지기

‘살고 싶다면 아무 남자의 아이나 임신한 다음 그 아이가 자작의 핏줄이라고 속여, 에디트.’ 늙은 자작에게 팔려 왔다 유산을 노린 자들의 계략에 휘말린 에디트.  자작가의 족쇄가 채워진 그때, 한 남자가 사나운 포식자의 눈을 하고 나타났다. “저들을 속여 나를 취하는 척해 줘, 발터. 내가 이용당하지 않도록.” “지금 거래하자는 건가, 나랑?” 한낱 고용인이면서 자작보다 더 귀족적인 외모를 지닌 남자. 기억을 잃은 채 자작저에 감금된 마구간지기 발터.  하지만 에디트는 알았다. 발톱을 숨긴 채 기다리던 그라면, 저들의 목을 기꺼이 물어뜯어 주리란 걸. “지장까지 찍었으니 거래는 성사됐어, 에디트.”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임시 동맹. 하지만 허벅지 위로 남은 그의 손자국은 델 듯이 뜨거웠다.  * * * “내다 버린 새끼가 멋대로 기어들어 와서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에디트.” 그녀에게 이유도 모른 채 쫓기듯 내보내진 게 얼마 전.  발터는 그 미운 입술을 핥아 훔치며 생각했다.  “딴 놈이 있다더니 이쪽은 별로 도움을 못 줬나 봐.” 입맞춤 한 번에 눈이 풀리는 걸 보니 그녀가 그날 밤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깊은 밤, 숲속의 야수
4.25 (2)

뛰어난 의뢰 수행 능력을 가진 엘리트 길드원이지만 몸에 흐르는 마력이 이상을 일으키는 저주를 풀지 못해 평생 고통에 시달리며 길드에 착취당하기만 한 크리스틴. 그녀는 저주로 인한 고통을 눌러 줄 보석을 구하기 위해 짐승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이 가득하다던 검은 송곳 길드에 잠입했으나, 그동안 입은 내상이 한계에 다다르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눈을 떠 보니 비교적 건강하던 때로 회귀한 후였다. 게다가 쓰러진 자신을 붙잡아 주던 근사한 남자와 닿던 순간 분명 저주로 인한 고통이 가라앉았었다. ‘그 남자에게 접근해 접촉하면 내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몰라.’ 크리스틴은 자신의 저주를 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고, 그를 유혹하는 데에 성공한다.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했으면서 협조를 안 하네.” “아….” 그런데…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이 남자가 하필 검은 송곳 길드의 숨겨진 실세일 줄이야. *** 크리스틴은 첩자 이야기를 꺼낸 것을 후회했다. 검은 송곳 길드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하려는 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처분을 내리는지 지켜봐 알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에드거는 첩자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을 서늘하게 빛냈다. “첩자를 발견하면… 죽여야지.” “…….” 그런데 왜일까. 그는 겁을 먹고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한마디를 덧붙였다. “예쁘면 한 번 봐줄지도 모르고.” 일러스트: 우문

최종 악역이 음란마귀에게 당해 버렸다

“너랑 닿으면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더 해도 돼?” 중간에 연재 중지된 19금 소설 속 단명하는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마기를 누르는 이능력이 있지만 병약한 기사 가문의 딸, 레비 헤론으로. 예정대로라면 레비는 황태자 경합에서 패배한 최종 악역이자 절륜 서브남, 1황자 데미안이 마귀들이 출몰한 때에 맞춰 일으킨 반역을 제압하려다 죽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반역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미래를 바꿀 수 있어.’ 그래서 레비는 피폐한 삶을 살고 있던 원작 여주도 구하고,  원작 남주, 2황자 프리드를 짝사랑했던 과거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원작 여주의 도움을 받아 병약한 몸도 슬슬 회복시켰겠다, 이제 황태자 경합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중립을 지키기만 하면 됐는데……. “마귀 출몰이다! 대비하도록!” “네 힘으로는 안 돼. 뒤로 빠져…… 윽!” 갑자기 나타난 마귀, 그것도 색욕을 일으키는 음란 마귀에게 함께 맞서다 반역을 일으킬 1황자 데미안이 당해버리는 바람에 마기를 가라앉혀주려다 그와 하룻밤을 보내는 대참사가 일어나 버렸다. * “레비. 어디든 닿아도 되니까 가라앉혀 줘. 아니면 멋대로 닿아도 된다고 허락해 주는 것도 괜찮고.” 색욕을 일으키는 마기에 당한 데미안은 계속해서 레비 헤론을 찾았다. 분명 처음에는 제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마기를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아…….” “더 내줘. 아까 그 소리.” 그런데 왜, 이제는 마기가 잠잠할 때도 이 여자만을 욕망하게 된 것일까.

그 짐승의 각인 사정

“하고 싶어?” 프란츠 바르델이 물었다. 대륙 북부를 지배해 온 왕국의 후계자이자, 제 오라버니가 최고로 신임하는 친구. 그리고… 자신의 오랜 첫사랑이. 레지나는 그의 물음에 답했다. “응. 당신 마력은 시원하잖아. 그러니까 지난번처럼….” 당신이랑 닿고 싶어.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 시점으로 회귀했으니까. 몸이 달아오르는 저주를 해결하는 일도, 다가오는 절망적인 미래를 바꾸는 일도 당신과 가까워져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녀는 명분에 제 짝사랑을 숨기고 유혹했다. 제 사랑이 얼마나 거대한지는 부담일 테니. * * * 가장 친한 친구의 여동생과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프란츠는 이끌렸다. “레지나. 다른 사람들한테는 사심도 품지 말고, 곁도 내주지 마. 이런 일도… 나랑만 하겠다고 해.” 그가 나직이 속삭이며 입을 맞출 듯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네가 원할 때마다 해 줄게.” 그의 목소리가 닿는 순간 레지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남자도 자신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고. “원하는 게 뭐든, 얼마나 원하든.” 그것도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아득히 오래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