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희
송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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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도 너를 사랑한 계절 (15세 이용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지극히 그다운 말에 고요는 웃었다. 어쨌든 오늘 그와 함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대로 집에 갔다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생각만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그저 윤가을이란 사람과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였다. “날 좋아하지 마.” 이 말을 포함해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껴졌다. 이날의 분위기, 윤가을의 온기, 윤가을의 향. 모든 것이 오랫동안 기억날 만큼.

가짜 애인의 사정 (15세 이용가)

“내가 몸이나 파는 싸구려인 줄 알았어요?” 하룻밤의 착각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혜원은 함께 밤을 보낸 남자이자 갑자기 제 상사가 된 태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한테 먼저 키스하신 건 부사장님이세요.” “아, 그래서…… 나를 먹고 튄 건 잘못이 없다?”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반박했지만, 돌아오는 건 저를 죄 흔드는 말들뿐이었다. 그래서 무시하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그에게 자꾸 치부를 들키게 되었다. “윤혜원 씨한테 애인 노릇 해줄 수 있어요.” 혜원의 연약한 부분을 알게 된 그는 장난스러운 제안을 했다. “원하면 직접 깽판도 쳐주고.” 그의 사악한 미소를 보자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몹쓸 탐욕 (15세 연령가)

“피해 다니는 건 아는데, 그렇게 티를 내니까…….” “…….” “내 기분이 별로네요?” 내가 혜주 씨를 잡아먹는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잖아요? 혜주의 상사, 고건우는 느른하게 말했다. 하지만 혜주로서는 그를 피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자꾸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저를 흔들었으니까. “대표님과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지. 그건 좀 어렵겠는데, 혜주 씨.” 그 말과 함께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그가 속삭였다. “혜주 씨도 분명 낯선데 이상하게 익숙한 꿈을 꾸고…….” “…….”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 거야, 그렇죠?” 혜주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를 마주칠 때마다 묘하게 익숙한 꿈을 꾸거나 환영에 시달렸으니까. 마치, 예전에 그와 어떤 관계라도 되었던 것처럼……. 그가 저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기억 못 하더라도, 내가 기억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는 이게 기억이라고 말했다. 꿈이나 환영 따위가 아니라.

젖은 구원의 말로 (15세 이용가)

※본 소설에는 자해, 자살 시도 등의 키워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연의 이치처럼 찾아온 봄을 거부할 수 없듯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여린 새싹은 그 남자가 던져 주는 눈빛과 말 한마디를 자양분으로 삼아 무럭무럭 자랐다. 서은기는 장대권을 살리기 위한 도구인 걸 몰랐다. 응당 인간 부적으로, 액운받이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본인이 흘리고 다닌다는 걸?” “…꼭 그렇게 말해야 해요?” “흘리고 다닌다, 달리 고상한 말이 있는지 모르겠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더 큰 문제네요. 본인이 그런 줄도 모르고 싸게 군다는 말이니.” 말로에는 쓰임을 다하면 버려질 패였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됐다. * * * 그는 모호한 것을 질색하는 편이었지만, 서은기를 대할 때는 모든 것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좋아해요.’ 그 애가 말한 ‘좋아하는 것’은 엄마, 아빠, 케이크 등 수많은 것 중 하나일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그 말에 그가 이룩한 경계가 무뎌지고, 그어 놓은 선이 망가지는 기분을 느꼈다. 옆에 두고 보고 있으면 기껍고, 보지 않으면 어색하고. 그 애의 입술로 말한 그 몇 음절을 다시 들어 보고 싶고. “재밌네….” 그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고야 비로소 그 찰나를 곱씹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서은기 따위가 뭐라고. 병신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