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풍 #빙의물 #로판빙의 #미남공 #원작빌런공 #세계관최강공 #상처공 #능력공 #황자공 #집착공 #수한정다정공 #미남수 #능력수 #공한정다정수 #인외수 #독수리수 #얼빠수 분명 트럭에 치어 죽었는데, 눈을 뜨니 독수리다. 새롭게 시작된 조생에 나름 적응하며 지내던 와중, 숲에서 우연히 원작 속 최종빌런 '테오도르'를 마주쳤다. 행운처럼 얻은 새 삶을 뺏기지 않으려 어떻게든 무시하려 했는데, "와 줘서 고맙구나." 모든 것을 증오하다 못해 세상을 불태울 그는 생각보다 다정했고. "조금 외로웠거든."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를 구하려다 날개에 화살까지 맞게 되고. “나와 함께 가자. 내 이름은 테오도르란다. 내 궁에 가면 네게도 어여쁜 이름을 지어 주마. 그리고 나를 배신하고, 너를 상처 입힌 놈들에게 벌을 주자꾸나. 조금만 참으렴.” 엉겁결에 황궁까지 입성하게 된다. 그런데... “넌 그 예쁜 입으로 언제나 예쁜 말만 하는구나. 네가 사랑스럽지 않을 땐 대체 언제일까." 최종빌런이 자꾸만 내 혼을 쏙 빼놓으려 들어 아주 큰일이었다. *** 원작의 결말에서, 끝끝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웠다. 하지만, 누군가라도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게 사람이 아니라 한낱 독수리라 할지라도 조금이나마 마음 붙일 곳이 있다면.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 내몰리는 일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최종빌런과의 예상치 못한 동거가 어떻게 될지, 이 이야기가 소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어쩌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곁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세상을 불태울 악역이 아니라,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내내 외로웠던 남자의 곁에.
서른 살에 과로사 한 후 악마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칠죄종의 대악마가. 혈통빨도 있겠다 이제 좀 게으르게 살아 보려는데, 인형 같은 아이를 주웠다. “죽고 싶지 않아서 죽이는 게 죄라면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이것도 죄인가요?” 피를 뒤집어쓴 채 아무렇지 않게 묻는 아이를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까. “제가 대신 죽여드릴까요? 진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저는 싫어하지 않으니-”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에게 정들어 버린 것부터 잘못이었나? “더는 못 기다리겠습니다.” 풀썩 쓰러진 곳은 노아의 체향이 가득 묻어 있는 침대였다. “노아, 잠깐…!” “그거 압니까, 진? 난 당신 이외에 그 무엇도 사랑한 적 없습니다.” “너, 너 미쳤어? 여기 대신전이야! 천신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신조차도.” 노아가 생전 처음 보는 낯을 하고서 웃는 순간 불길함이 치밀었다. “그러게 왜 나 같은 새끼를 주웠습니까? 악마면서 인간이 원하는 걸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몰랐던 건가요.” 성스러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스스럼없이 타락을 입에 담았다. 황급히 뒷걸음질 치자 커다란 손아귀가 어림없다는 듯 발목을 붙잡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30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로판 속 남주의 소꿉친구로 환생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병에 걸려 18살의 나이에 단명하는 엑스트라다. 소꿉친구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병약한 여주를 거부하고 밀어내던 남주가 결국 여주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소설에서 하필 그 '소꿉친구'일 게 뭐란 말인가. 일찍 죽는 것도 서러운데 타인에게 트라우마씩이나 안겨주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환생자의 미덕을 십분발휘하는 수밖에. 플랜A. 남주와 친해지지 않기. "공자, 저와 친구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 “절대 후회 안 해.” “…지금 말 놓으셨습니다만.” “친구끼리는 원래 편하게 말하는 거야.” 소심 깜냥이가 씩씩 깜냥이로 진화해 고집을 부린 탓에 장렬히 실패. 플랜B. 남주가 충격받지 않도록 죽기 전 미리 도망치기. 일단 도망은 쳤는데. "좆 됐다. 나 왜 안 죽어…?"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 칼릭스가 풍등을 집어 들었고, 우리는 함께 풍등을 하늘로 날렸다. 단순히 불을 붙여 띄우는 풍등이 아니라 조금 더 돈을 들여 마법이 걸린 것으로 구매했는데, 워낙 간단한 마법이라 아티팩트로 취급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일반 풍등보다 더 오래 날고, 높이 올라갈 터였다. “칼릭스, 내 소원 가르쳐 줄게.” “말하면 효과 떨어진다고 했잖아.” “내 소원은 신보다 네 도움이 더 필요한 거라 괜찮아.” “내 노력? 뭐길래?” 어쩐지 칼릭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음에도, 나는 다시금 칼릭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빈 소원은, 네가 행복해지는 거야.” 내 답을 기다리던 칼릭스가 얼어붙은 채 나를 응시했다. 풍등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바람이 스치며 구름 아래의 그늘이 우리를 몇 번 훑고 지나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 속에 갇힌 양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온전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