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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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3.50
최종빌런의 새가 되겠습니다
4.0 (3)

#서양풍 #빙의물 #로판빙의 #미남공 #원작빌런공 #세계관최강공 #상처공 #능력공 #황자공 #집착공 #수한정다정공 #미남수 #능력수 #공한정다정수 #인외수 #독수리수 #얼빠수 분명 트럭에 치어 죽었는데, 눈을 뜨니 독수리다. 새롭게 시작된 조생에 나름 적응하며 지내던 와중, 숲에서 우연히 원작 속 최종빌런 '테오도르'를 마주쳤다. 행운처럼 얻은 새 삶을 뺏기지 않으려 어떻게든 무시하려 했는데, "와 줘서 고맙구나." 모든 것을 증오하다 못해 세상을 불태울 그는 생각보다 다정했고. "조금 외로웠거든."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를 구하려다 날개에 화살까지 맞게 되고. “나와 함께 가자. 내 이름은 테오도르란다. 내 궁에 가면 네게도 어여쁜 이름을 지어 주마. 그리고 나를 배신하고, 너를 상처 입힌 놈들에게 벌을 주자꾸나. 조금만 참으렴.” 엉겁결에 황궁까지 입성하게 된다. 그런데... “넌 그 예쁜 입으로 언제나 예쁜 말만 하는구나. 네가 사랑스럽지 않을 땐 대체 언제일까." 최종빌런이 자꾸만 내 혼을 쏙 빼놓으려 들어 아주 큰일이었다. *** 원작의 결말에서, 끝끝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웠다. 하지만, 누군가라도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게 사람이 아니라 한낱 독수리라 할지라도 조금이나마 마음 붙일 곳이 있다면.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 내몰리는 일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최종빌런과의 예상치 못한 동거가 어떻게 될지, 이 이야기가 소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어쩌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곁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세상을 불태울 악역이 아니라,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내내 외로웠던 남자의 곁에.

타락한 성기사가 나를 숭배한다
2.0 (1)

서른 살에 과로사 한 후 악마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칠죄종의 대악마가. 혈통빨도 있겠다 이제 좀 게으르게 살아 보려는데, 인형 같은 아이를 주웠다. “죽고 싶지 않아서 죽이는 게 죄라면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이것도 죄인가요?” 피를 뒤집어쓴 채 아무렇지 않게 묻는 아이를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까. “제가 대신 죽여드릴까요? 진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저는 싫어하지 않으니-”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에게 정들어 버린 것부터 잘못이었나? “더는 못 기다리겠습니다.” 풀썩 쓰러진 곳은 노아의 체향이 가득 묻어 있는 침대였다. “노아, 잠깐…!” “그거 압니까, 진? 난 당신 이외에 그 무엇도 사랑한 적 없습니다.” “너, 너 미쳤어? 여기 대신전이야! 천신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신조차도.” 노아가 생전 처음 보는 낯을 하고서 웃는 순간 불길함이 치밀었다. “그러게 왜 나 같은 새끼를 주웠습니까? 악마면서 인간이 원하는 걸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몰랐던 건가요.” 성스러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스스럼없이 타락을 입에 담았다. 황급히 뒷걸음질 치자 커다란 손아귀가 어림없다는 듯 발목을 붙잡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시한부 엑스트라가 건강합니다

30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로판 속 남주의 소꿉친구로 환생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병에 걸려 18살의 나이에 단명하는 엑스트라다. 소꿉친구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병약한 여주를 거부하고 밀어내던 남주가 결국 여주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소설에서 하필 그 '소꿉친구'일 게 뭐란 말인가. 일찍 죽는 것도 서러운데 타인에게 트라우마씩이나 안겨주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환생자의 미덕을 십분발휘하는 수밖에. 플랜A. 남주와 친해지지 않기. "공자, 저와 친구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 “절대 후회 안 해.” “…지금 말 놓으셨습니다만.” “친구끼리는 원래 편하게 말하는 거야.” 소심 깜냥이가 씩씩 깜냥이로 진화해 고집을 부린 탓에 장렬히 실패. 플랜B. 남주가 충격받지 않도록 죽기 전 미리 도망치기. 일단 도망은 쳤는데. "좆 됐다. 나 왜 안 죽어…?"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 칼릭스가 풍등을 집어 들었고, 우리는 함께 풍등을 하늘로 날렸다. 단순히 불을 붙여 띄우는 풍등이 아니라 조금 더 돈을 들여 마법이 걸린 것으로 구매했는데, 워낙 간단한 마법이라 아티팩트로 취급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일반 풍등보다 더 오래 날고, 높이 올라갈 터였다. “칼릭스, 내 소원 가르쳐 줄게.” “말하면 효과 떨어진다고 했잖아.” “내 소원은 신보다 네 도움이 더 필요한 거라 괜찮아.” “내 노력? 뭐길래?” 어쩐지 칼릭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음에도, 나는 다시금 칼릭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빈 소원은, 네가 행복해지는 거야.” 내 답을 기다리던 칼릭스가 얼어붙은 채 나를 응시했다. 풍등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바람이 스치며 구름 아래의 그늘이 우리를 몇 번 훑고 지나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 속에 갇힌 양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온전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쉘터 (Shelter)

원인 모를 마력 폭풍과 변이체에 의해 세상이 붕괴하고, 초능력자로 각성한 소수의 인간들이 쉘터(Shelter)를 만들어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소설에 빙의했다. 주인공 ‘유진’의 여동생을 인질 삼아 유진을 죽음으로 내몰다 살해당하는 악역, ‘백은성’에. 원작의 백은성은 모든 인간을 증오하는 듯 패악을 부리고 손에 피를 묻히는 일조차 주저하지 않는 악인이었다. 하지만 나는 백은성이 아니었으니, 그와 나는 다르다고 몇 번이나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러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와 뼈가 씹히는 소리에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것처럼 후련해지며, 언제나 나를 괴롭히던 끔찍한 ‘광증’이 가라앉는 걸 느낀 순간.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작의 백은성이 살인을 주저하지 않은 이유를. 인간을 사랑할 수 없는 백은성에 빙의한 이후, 나 역시도 광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러다 마주한, 광증마저 자취를 감추게 만드는 유진의 존재는 내게 있어 유일한 구명줄이었다. 그가 있어야만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면, 그를 맘껏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원하는 형태로, 언제든. “말 잘 듣는 개처럼 구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인내하는 법을 잊은 지 오래거든.” 나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유진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창놈처럼 구는 게 취미인가?” “뭐?” “저런 애들이랑 해서 느낌이나 나겠어? 그리 원하면 내가 해결해 줄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가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혹시 아픈 곳이 있나?” “없다니까.” “그게 아니라… 지병 같은…” 유진은 말하면서도 확신이 없는 눈치였다. 잔병치레도 없는 이능력자에게 지병이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유진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진이 무언가를 알고 묻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괜히 만지작거리던 유진이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말을 이었다. “…연이가 처음 널 봤을 때 아파 보인다고 했었어. 그래서 처음엔 드러나지 않는 부상이라도 입은 줄 알았지.” 지병이나 잔병치레는 없어도 내상을 입을 순 있다. 이능력자들에게 내상은 외상만큼이나 흔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유연이 아픈 것 같다고 한 이유가 내상을 이야기한 건 아니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잠시 말끝을 흐렸던 유진이 오랜 고민 끝에 덧붙였다. “내 눈에도 네가 아파 보여.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