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클레
페니클레
평균평점
옭아매는

겨울비는 언제나 시린 기억을 머금고 와 흩뿌렸다.그날도 비가 내렸다. 살결이 젖는 듯한 무형의 감각에 눈이 뜨였다.심장이 선득하게 내려앉는다.“지우고 싶은 기억 같은 거 없다는 말… 거짓말 같던데요.”“티 났어요?”“속아줬어야 했나.”또르르. 붉은 술이 차올랐다. “오늘 밤… 내가 전부 잊게 만들어 줄까요?”평생 들러붙어 있을 것 같던 악몽이 점점 다른 색으로 번졌다.바래졌다. 조금 더 아찔하고 깊숙한 감각으로.평생 접점 같은 건 없을 거라 여겨지던 남자였다.닿을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아마도 그날부터였다.‘덜컹.’욕설의 끝자락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나 아직 안 내려갔는데.”“… 죄송합니다.”“내려가는 길에 총무과 들러 알아봐야겠네요.”“뭘요?”“부하 직원한테 뒤통수 가격당하면 산재 처리 가능한지.”‘쿵.’그날부터 그와의 질긴 고리가 얽혔다.인연 또는 악연으로….

네펜데스

정규 과정을 착실히 마친 후 평생 정도(正道)만을 걸어온 법조인. 급한 일이 아니라면 속도위반조차 하지 않는 그녀 앞에 유령처럼 나타난 그는 위험하고, 수상쩍고, 아찔하다. “오늘 밤에 나랑 같이 있어요.” 그릇된 걸 알면서도 중독된 듯 말려 들어가는 건…. 아, 처음부터 맛을 보지 말았어야 했던 거다. 변호사 석수련 그 곁을 맴도는 국제 요원 서윤의 이야기. “상황이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어요.” “주변에 질 나쁜 사람들을 둔 탓이겠죠.” “그쪽이요?” “아니, 난 아니죠.” 악당처럼 생긴 의로운 놈. 천사의 탈을 쓴 못된 놈. 그 틈바구니에 낀 여자는 결코, 정숙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