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부재.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적어도 그녀에게는, 저주였다.무엇도 잊지 못한 채로 환생을 거듭하며 전쟁터만 골라 태어나는 삶은 정말이지 피곤하기 짝이 없었으니까.끊이지 않는 매일은 언제나 같은 하루의 반복이었다.싸우고, 피가 튀고, 비명이 쇄도하는 어지러운 삶.평안 따윈 없었다. 아득한 허무만이 목을 죄었다.그러던 어느 하루,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겉으로는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남자였다.그런데 알고 보니 속은 텅 빈 채로 상처투성이인 사람이었다.허무함이 깃든 그의 눈동자에서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그를 도와주고 싶었다.꺼내주고 싶었다. 저 지독한 허무의 늪에서.마침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그가 갖고 있었고, 그녀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갖고 있었다.“나랑 손잡아요. 일종의 거래.”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 관계‘. 아주 깔끔한 관계였다.그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청혼을 하기 전까지는.“가지 마. 나랑 결혼해.”“네?! 뭐, 뭘 해요?”“결혼해. 나랑.”“그게 갑자기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그녀로선 혼란 그 자체였다.그녀는 몰랐으니까.허무의 늪에 갇혀 죽어가던 그를 건져냈을 때, 그가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게 될지.#쌍방 구원 #치유물 #걸크러시 #먼치킨 #외유내강녀#능력녀 #외강내유남 #대형견남 #권선징악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