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느껴지는 묘한 고통에 눈을 떴다. 퀴퀴하고 축축한 냄새 오랜 창고에라도 들어온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주 단순한 물음이 떠올랐다. 여긴 어디지? 다시금 미칠듯한 고통이 왼쪽 가슴에서 느껴지며 낯선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크릭스? 볼테르? 배신? 죽음? 분노? 허무함? 지독한 고통과 버무려진 기억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와 머리를 헝클었다. 평소처럼 야영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친구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러다가 낯선 기억이 그 위에 버무려지듯 떠올랐다. 나는 대체 누구지? “살아가는 수밖에….”
어느 날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상을 인식하면서 내가 꾸는 꿈이 미래라는 것을 알았고, 꿈은 드라마 시리즈처럼 이어졌다. 꿈속의 미래가 현실에서 이루어 지고, 내가 꾸는 꿈의 미래는 재앙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갔다. 꿈속에선 재앙이 지구를 덮치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쳤다. 생존에 재능이 있었던 걸까? 망해버린 세상에서 쏟아진 온갖 괴물들을 피하며, 살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