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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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락한 유배 생활

어려서부터 황후가 되어 가문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샬럿 페이릴. 부친의 염원대로 유력한 황제 후보였던 1황자의 약혼자가 되었으나, 결국 황제가 된 것은 그의 동생인 2황자다. 정쟁에서 진 1황자는 황후의 소유였던 서쪽 영지로 쫓겨나고, 그의 약혼자였던 샬럿은 설원과 설산뿐인 척박한 북쪽 국경으로 보내졌다. 얼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조용히 비참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손님이 들이닥쳤다. “유리 테넛이라고 합니다. 레이디 페이릴.” 다른 누구도 아닌, 새 황제의 오른팔이라는 작자가. “여긴 왜 왔죠?” “사용인을 구한다고 하셔서요.” 그녀의 시중을 들기 위해 왔단다. “……장난하세요?” 표지 일러스트 By 봄비 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그레이슨 양의 완벽한 죽음을 위하여

“네 원래 이름 따윈 잊어버려라. 넌 이제부터 내 손녀인 사샤 그레이슨이야.” 사샤 그레이슨. 수도에서 제일 유명한 신부감 후보이자, 남부러울 게 없는 여자. 그리고 여섯 살 때 마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상속녀. …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실종된 손녀의 자리를 대신한 가짜. 어린 시절 진짜 이름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거리를 전전하며 살았다. 그녀를 거둬 준 로잘린 영부인의 장례식 이후 온갖 조건이 붙은 유언장을 비밀리에 받게 되는데……. 이제 남은 유산을 상속받고 이곳을 떠나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 상속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그중 유일하게 기한이 걸리지 않은 조건인 ‘결혼’. 돈을 위해 적당한 상대와 계약 결혼을 계획하던 중,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오는 남자, 아이작 핀셔를 만난다. 친구 하나 없을 법한, 사회성 없는 군인의 대명사인 그 남자를. 딱 적합해 보였다. 인사는 짧게 생략한 채, 사샤가 곧바로 결론부터 말했다. “저번에 듣기로 결혼이 급하다고 하셨잖아요. 대위.” “…….” “상대로, 저는 어떤가요?” 땡그랑! 소리와 함께 핀셔가 포크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몇 번 만나 보니 그는 이용해먹고 털어 버리기에 지나치게 순진했다. “……그레이슨 양, 그냥 나로 하십시오.” “…….” “그게 낫지 않습니까?” 그러니 도리어 죄책감에 그만은 피하려 했으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남자를 모두 피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작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에게 저를 내어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죽어 주세요, 왕자님

지상의 마지막 용이 세운 나라 루테아. 둘째 왕자 데클란은 초대 왕의 핏줄을 물려받았음을 증명하는 용의 비늘을 지니고 태어났다. 비범한 탄생에, 고귀하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 그는 모두의 칭송과 경애를 한몸에 받으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만들었던 용의 비늘이 그에게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병을 몰고 왔다. 그 어떤 약을 써도 소용이 없어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동생을 보다 못한 형, 에이단은 그에게 서쪽의 마녀에 대한 정보를 일러준다. “마녀를 찾아가렴, 데클란.” “네가 직접 가야 한다. 데클란. 마법사들이 말하길, 그 마녀는 절대로 숲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해.” 그리하여 젊은 군주 에이단의 도움 아래 여행을 준비하는 왕자 데클란. 그러나 막상 출발 당일이 되어 보니, 형이 아우를 위해 꾸려준 일행은 하나같이 출신이 불분명한 오합지졸들뿐이다. 불길한 예상대로 몇 안 되는 일행은 하나씩 나가떨어지고, 데클란은 이대로 성에도 돌아가지 못한 채 객사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일 아침에 내가 깨어나지 않거든, 조용히 내 시체를 처리해 줘.” - “‘왜’ 같은 건 없단다. 메이브. 그냥 그 자리에 내가 있었고, 널 구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한 것뿐이야.” 자연의 순리랍시고, 왕자를 그대로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옳을까. 하녀 메이브는 고민 끝에 언젠가 그녀를 구했던 누군가처럼, 기꺼이 그를 살려 보기로 결심했다. 굳이 마음이 동한 이유를 꼽자면 동정과 연민일 뿐이었다. 한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불쌍하고 한심한 남자가 그녀의 마음에 불쾌할 정도로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힘들게 살려 놨더니 뭐 하는 짓이야, 그럴 거면 차라리 나한테 죽어.” “……미, 미안해.” 《죽어 주세요, 왕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