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작전 중 적국의 스파이와 마주쳤다. 철저한 훈련 끝에 완성된 스파이, 그레이스. 임무 도중 적국의 스파이와 마주친 건 변수였다. 복면을 두른 남자가 눈가를 야릇하게 접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우리가 인사를 나눌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하하, 적에게 인사를 건네지 말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정신 나간 놈에게 잘못 걸렸음을 그때 알았어야 했다. 우연한 만남은 끈질긴 악연의 시작이었으니. “며칠 전 레스토랑에서 마주쳤을 때, 난 당장이라도 테이블 위에 당신을 눕히고 싶었는데.” 커다란 손이 그레이스의 턱을 잡아챘다. 숨결이 가까워지고, 맹목적인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내가 얼마나 안간힘을 써서 참았는지.” 그레이스가 피식 실소하며 그에게 침을 뱉었다. “이제 보니 짐승이었네?” 그가 미소 지었다. 자신을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는 듯. 느른하게 휘어진 눈꼬리 끝으로 색정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당신은 그 짐승을 잘못 건드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