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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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끝났거나 끝나지 않았거나

동부 귀족들이 전부 모이는 데뷔탕트 날에 내가 세기의 미인이라는 정신 나간 기사가 나버렸다. <‘안젤리어 휘나트’를 주목하라! 눈부신 은발에 세기의 매력을 가진 안젤리어 휘나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사교계에 첫발을….> “아아아아아악!!” 이게 뭐야?! 눈부신 은발? 세기의 매력? 누구? 나?! * * * 잘나도 너무 잘난 공작가 5남 제논 이스테어, 별명이 미친개인 백작가 손자 타이칼 헤멜,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변방 남작가 4녀인 나. 나는 그러니까…. 제논 이스테어를…. “좋아한다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 담긴 겁니까. 여기에.” “아닌데요.” 짝사랑을 전부 들켜버렸지만 나는 좀 뻔뻔해지기로 했다. 하지만 고고한 제논 이스테어를 짝사랑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저는… 제논 이스테어를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나는 드래곤에게 빌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리의 「끝」은 내가 상상도 못 한 형태로 또 한 번 멀어졌다. 내가 처음 제논 이스테어를 만난 순간부터 시작한 끝없는 희망 고문과 함께.

열여덟의 공작님께 목줄을

“나한테 키스해 봐요. 그럼 놔줄 테니까.” 무려 10년 동안 스스로를 평민으로 믿고 살아온 차기 공작 이슈타르 마린하츠. 귀족을 혐오하는 이단아에게 완벽한 가정교사는 그저 쫓아내야 할 불청객에 불과했다. ……그랬는데. 분명 이 여자가 미치도록 싫었는데. “인정하겠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미치겠다고요…….” 이슈타르는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이 가정교사에게 완벽히 졌다는 걸. 이건 항복이자 자백이자 동시에 원망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나는 당신 첫사랑, 당신이 결혼할 뻔했던 전 약혼자,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웃어 주는 잡놈들. 이젠 심지어 내 친구까지 질투하고 있어. 여기서 조금만 더 미치면 그땐 당신이 덮고 자는 이불까지 질투하게 될지도 몰라. 당신은 사실 이 나라 최악의 가정교사인 게 분명해.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이슈타르님. 저는-.” 그리고 당신은. 멋대로 나한테 다가오고, 멋대로 거리를 정한 당신은. “단 한 순간도 소공작님을 이성으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또 한 번 나를 밀어내려고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