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에서 가장 오만하고 고고한 남자 에드릭 펠튼. 십 년 동안 짝사랑한 그와 기적적으로 이루어진 날. 멜리는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영원토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동화 마지막 구절처럼. “이번 연회에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당신은 집에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무심하고 냉랭해져 갔다. 어째서 동화는 결혼 이후에 대해선 조금도 알려 주지 않았을까? “당신,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요?” 지친 멜리의 물음에 에드릭은 조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땐 그게 사랑인 줄 알았으니까.”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 줄도 모르고. *** 빗물이 볼을 쉴 새 없이 때렸다. 바람은 온몸을 뒤흔들 정도로 거셌다. 처음 만난 야생은 무자비할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당신 곁에 있는 것보단 훨씬 나아.’ 그녀는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멜리는 남편의 세계를 벗어났다.
빙의 전 내가 집착하던 노예가 사실 황제가 될 남주란다. 더욱 기가 막힌건 내가 이복 여동생인 여주를 괴롭히다 남주에게 죽임을 당하는 악녀라는 것이다. 이대로 죽을 순 없지. “케인, 이제부터 네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내 동생 릴리아야.” 남주와 여주를 붙여 놓기만 하면 다 잘될 줄 알았건만. “리즈 아가씨는 참 사람을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군요.” “……?” “제 주인은 제가 결정합니다.” *** 결국 남주는 무사히 황제가 되었고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가능한 멀리 떠날 계획이었다. 이 빌어먹을 세계관과 영원히 작별하기 위해. 막 성문을 벗어나려는 찰나. 철컥-. 헌병들이 기다란 창을 X자로 교차시켰다. "수배령이 떨어졌습니다." "수배령이라니, 대체 누가……." "황제 폐하께서 직접 내리셨습니다." 리즈는 눈앞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만 저 좀 놔주세요, 폐하!
‘여자란 자고로 작고 아담한 맛이 있어야지.’ 낸시가 어린 시절부터 줄기차게 들어 온 말이었다. 그러므로 오랜 짝사랑 상대이자 제국 최고의 신랑감인 라이언이 제게 교제를 청해 왔을 때, 낸시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미안해. 넌 나 말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그런 그도 얼마 못 가 이별을 통보했다. 바로 사교계의 꽃이자 작고 아담한 여성성의 표본인 케이틀린 때문에. 둘의 새로운 교제 소식을 전해 듣던 날, 낸시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 라이언에게 버림받은 걸 알면서도 교제를 청하는 그를 낸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뭐 어때서요?” “솔직히 매력 있는 과거는 아니잖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만.” “…….” “누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모르고 버렸다면 그게 다이아몬드 잘못일까요, 아니면 안목 없는 그 사람 잘못일까요?” 이 남자는 지금 이게 맞는 비유라고 생각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