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채
결채
평균평점 4.50
공포 추리 게임 속에 갇힘
4.5 (1)

난,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그러니까…… 저희 중에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으라고요?”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공포 추리 게임, ‘디어 마인’. 나를 비롯한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에렌스트 저택에 갇힌 채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야 했다.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뿐이다. 남주들은 우리 중에 숨어 있는 살인마를 잡겠다며 혈안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의심되면 방을 뒤져 보라고!” “제가 대체 당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 줄 알고 이러십니까?” “명백히 다르죠. 이쪽은 피해자, 그쪽은 살인자.” 그들에게 붙잡히게 된 살인마는 필연적으로 잔혹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부디 범인을 찾아서 정의의 심판을 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대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 다행히,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내가 바로 그들이 찾고 있는 살인마, 비비안 로페였으니까.

에스퍼 남편이 잘생겨도 문제다

꽃집 앞에 쓰러져 있던 어린 아이 하나를 살렸다. 집에 데려와 극진히 보살핀 지 며칠, 아이가 사라졌다. 아이에 대해 온갖 걱정이 들었을 즈음. “엄마!” ……아이가 제 삼촌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그것도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 * * * ‌ 내가 가이드란다. 그것도 로렌스 가문과 기가 막히게 매칭률이 높은 가이드 말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내가 구한 아이의 삼촌, 에드먼드가 나를 죽일 운명을 타고났다는 거다. “제안 하나 하지.” 에드먼드가 고고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이 아이작의 엄마가 되어주었으면 하는데.” 나를 죽일 남자와 부부가 되라고? 당연히 내 쪽에서 사절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어린 아이작과 매칭되는 가이드가 나뿐이란다. 나는 조금 고민한 것도 잠시, 에드먼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쪽 가이딩은 제가 전담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내 말에 에드먼드가 단번에 얼굴을 구겼다. “내 몸에 털끝 하나 댔다가는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야.” ……그냥 물어본 건데 저렇게 화낼 건 또 뭐람. 그렇게 나는 나를 죽일 남자와 부부가 되었다. ‌ * * * ‌ 요즘 들어 에드먼드가 이상하다. 나와 한 침대를 쓰는 것조차 꺼렸던 그였는데. 나는 거의 벗다시피한 잠옷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에드먼드를 보며 침착하게 물었다. “……뭐해요?” “자야지.” “……잠옷을 그렇게 풀어헤치고요?” “더워서 그래.” 참고로 창밖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보지 말자, 저런 남자에게 눈이 가는 것조차 재수 없으니까. 하지만 마음과 달리 그를 보는 시선이 길어진 모양이다. 에드먼드가 히죽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내 몸 예쁘지?” “그, 그게 무슨-” “만져보고 싶으면 만져 봐도 되는데.”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결국 베개를 들고 소파로 향했다.

서브 남주 보기를 돌같이 하라

여주를 지독히도 짝사랑하는 서브 남주의 약혼녀에 빙의했다. 나를 보며 한숨을 쉬는 건 물론, 악담마저 서슴지 않는 서브 남주의 언행은 기가 막혔다. “당신 같은 사람과 결혼하느니, 죽는 게 낫겠습니다.” 그럼 죽으세요, 이 공작 놈아! * 허울뿐인 약혼이었다. 나도, 리카르도도 원하지 않았던 약혼. 게다가 빙의자인 나에게는 돌아갈 세계가 존재했다. 서로 갈 길 가면 완벽해지는 상황. 그런데 서브 놈이 갑자기 나를 붙잡기 시작했다. “레온에게 가시려고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줄곧 말하던 첫사랑에게?” 긴장한 걸까. 나를 붙잡은 리카르도의 손이 무척이나 차가웠다. “압니다. 당신이 레온을 사랑한다는 사실쯤은.” “……알면서도 이러시는 거라고요?” “그래서 당신의 처음을 달라고는 말 못 합니다. 첫사랑이든 뭐든, 그게 중요하다면 알아서 하세요.” 리카르도의 눈이 서서히 떨려 왔다. “대신 마지막 사랑은 나와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