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아이와 믿음직한 남편, 그 사이에서 함께하는 화목하고 단란한 신혼생활. 어쩌면 목숨과 맞바꾼다 해도 마냥 행복할 순간의 연속- 일 줄 알았으나 정말 죽어 버렸다. …어? * * * ‘그렇다고 진짜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분명 잠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공중에 떠다니는 반투명한 몸뚱이라니. 곤란하다. -얘, 나 안 보이니? 거기 너도? …집사장? 하녀장? 죽은 지 4년이 지났다는 것도, 유령이 되었다는 것도 혼란스러운 마당에……. “…어마?” -……. “어, 어마 마자? …마자요?” 아무래도 유령인 몸뚱이는 네 살짜리 아들 눈에만 보이는 듯했다. 별수 없어 우선 엄마가 보낸 수호령인 척 아이 곁을 지켰는데, 이제 보니 여태껏 별채 다락방에서 홀대당하며 자란 티가 확연해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아가, 여기서 지낸 지 얼마나 됐니? “아기 아닌데….” -…그래. 그럼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 “…도련님?” …심지어는 네 살이 되도록 이름이 없단다. 남편X이 미쳤나? 낳아 줘서 고맙다고 질질 잘 때는 언제고! 출전 중이라는 남편이 돌아오면 짤짤 털어 주리라 다짐했다. 아이를 고생시킨 복수를 해 줄 테다. 그리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갈았는데……. ‘……저게 무슨 꼴이야?’ 핼쑥해진 모습 하며, 날카롭게 벼려진 눈매 아래로 진한 다크써클까지. 마지막으로 본 모습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꼴에 경악했다. “더는 네 목소리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아내를 잃고 무너져 내린 그는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