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내! 내 아이야. 이 집 자식이 아니라 내 자식이란 말이야!” 하나뿐인 아들 클로토의 세 번째 생일날, 클로토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절규했다. 그녀의 등장에 자비로운 켈라에노 소백작이라 불리우는 아스타르테의 삶은 무너졌다. ‘클로토가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그럼 내 아이는……?’ 그리고 제가 낳은 아이가 빈민가에 버려져 3년을 굶주리고 앓다가 비참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 독살당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스타르테는 잃어버린 아이를 잉태한 4년 전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잘 잤어? 몸은 좀 어때?” 4년이라는 시간을 회귀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다정히 웃으며 헐벗은 어깨를 감싸 오는 카디스가, 사실은 자신에게 약을 먹였고 함께 밤을 보낸 척 뻔뻔히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4년 동안 자신을 속였음을. 짜악-! “아스타르테, 왜 그래. 왜 이렇게 화가 났어?” 당신이 날 속였잖아. 속이고 있잖아, 지금도! ‘이 남자에게 속아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 내 아이가 그리될 일은 없었을 텐데……!’ 그녀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키며 다짐했다. 이번에는 속지 않기로. 아이를 반드시 지키기로. 그리고 살아남기로. * * * [금방 데리러 올게. 기다려.] 머지않아 그 일이 있었던 아침, 베개 위에 메모를 남겨 놓고 사라졌던 남자이자 밤을 보낸 진짜 상대가 청혼했다. “결혼하자, 아스타르테. 내게 너 이외의 여자는 없어. 당연히 이 아이 외의 자식도 없겠지.” 회귀 전 남편이었던 카디스의 형이자 군신 사라스의 현신이라 불리는 남자. 그리고 자신의 오라버니 같은 존재인 레오나르 아리스 알데바란 공작이…… “대체…… 레오나르, 언제부터…….” “글쎄, 깨달았던 건 열여섯 살 때였지만 마음을 갖게 된 건 아마 그 전부터였겠지. 훨씬 전부터.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을 줄곧 사랑했노라며, 직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림의 떡! 남색가에 물질 만능 주의 날라리, 남부의 주인 헬리오도르 마가리타. ‘저 얼굴에 남색가라니, 좀 아깝…….’ 아, 내가 무슨 생각을! 겉가죽에 홀려 전남편 놈한테 그렇게 당해 놓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헬리오도르를 시야에서 차단하고 아메티스는 잡생각을 퇴치했다. * * * 남편인 황제의 의붓어머니이자 불륜에 패륜 관계인 황태후의 음모로 암살당한 황후 아메티스. 1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을 깨달은 뒤 치를 떨며 복수를 결심한다. 그를 위해 필요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전남편의 동갑내기 숙부이자 숙적인 남부 대공, 헬리오도르 마가리타. 그런데 그림의 떡인 그의 미모와 매력이 심상치 않다. ‘어떻게 이 정도의 외모가 기억에 없을 수 있었지?’ 놀라움도 잠시, 헬리오도르의 계약 약혼녀가 되는 데 성공한 아메티스는 차곡차곡 복수의 길을 밟아 나가는데……. “연인과 헤어질 테니 대공녀도 연인과 헤어지도록.” “네……?” 연인 없습니다만? 아니, 그보다 10년 된 연인이라며? 이렇게 간단히 헤어지겠다고? “결혼 계약의 조항을 좀 수정했으면 하는데.” “어차피 1년 안에 이혼할 사이인데, 굳이 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그대에겐 헤어짐이 그렇게 쉽나?” 쉽게 연인과 헤어지겠다고 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대공녀. 기사들의 잡담을 그리 일일이 웃으며 받아 줄 필요 없어.” “원활한 지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웃음도 지도에 필요한가?” “……네?” “웃지 마. 그렇게 예쁘게. 정말 불쾌하군.” “불쾌……하다고요……?” 남색가라더니 기사들이 전부 자기 것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이 남자,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