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입술이 포개진 순간, 상태창을 빼앗아 버렸다. 도로 위 고양이를 구하려다 트럭에 치인 하린은 판타지 소설 속으로 빙의한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원작 남주 아든의 상태창을 빼앗게 되는데…. “당신, 뭘 한 거야.” “…내, 내가 뭘요.” “당신이 가져간 건가? 그거, 눈에 보이는 거 맞지?” 하린에게 넘어온 상태창은 유저가 달라졌다고 장르를 바꿔 버린다. 피비린내 나던 원작의 퀘스트와는 달리, 하린의 상태창은 특이한 퀘스트를 제시한다. [망해 가는 영지를 되살리고 영 앤 리치 영애가 되자!] [보상: 신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소원권 (1매)] 힘겹기만 했던 전생을 모두 잊고 부자 영애가 되기 위해, 하린은 영지를 부흥시켜 최종 퀘스트를 달성하고자 고군분투하는데. "소원권을 내게 쓴다고 약속해. 그럼 당장 죽이지는 않겠다." "…그렇게 겁만 주다가 제가 도망가면 어쩌시려고요." 복수를 위해 상태창을 되찾아야만 하는 아든은 집요하게 하린을 쫓아다닌다. “그러니 잘 감시해야겠지. 하루 종일. 딱 붙어서.”
“선생님, 키스해도 돼요?” 서우의 까만 밤처럼 짙은 동공이 예진을 집요하게 좇았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늘 장난기가 가득했던 눈이었는데 어린아이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안 돼.” 예진은 그의 넓은 가슴을 간신히 밀어 냈지만 돌덩이 같은 몸은 밀리기는커녕 더욱 가까워졌다. “단 하루도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어요.” “거짓말…….” 예진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거짓말 아닌데.”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꼼짝하지 못하는 예진을 비웃는 것 같았다. “열어요.” 그가 예진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정염에 쌓은 그의 목소리는 그녀가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의 치기 어린 도발에 넘어간 그녀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