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있던 옷을 벗고 폐하께 공손히 걸어가십시오.” 왕국 전체가 눈에 덮인 타사르국의 겨울. 중무장을 하고 있는 병사들도 손과 발이 얼 판인데, 속옷 바람으로 이 눈길을 걸어가라니. 추위도 추위였지만 왕녀로서 모멸감까지 심어 주려는 의도이리라. 두 주먹을 꽉 틀어쥐고 조용히 두꺼운 망토를 벗어 눈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를 마주 보았다. 검은 늑대 북부 왕 칼로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내 병사들이 추위에 떠는 거 안 보이나?” 북부왕의 사나운 명령에 트리샤는 이를 악물었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은 나중으로 미뤄두자. 나에게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나는…. 늑대왕에게 동생 대신 공녀로 바쳐졌다.
*본 도서는 제공사 변경 및 필명이 변경돼(아리엘 > 눈꽃송이버섯) 재출간된 작품이오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아니야. 그녀는 죽었어.내 손으로 장례도 치렀잖아.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아니야. 절대 아니야.[다른 거, 다른 거. 뭐가 있더라. 아! 참. 비키는요 자면서 잠결에 뭐라고 하면서 막 울어요. 그런데 잠을 깨면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해요.][무슨 말입니까?][미…키가 아니고 미… 뭐더라. 아! 미니. 맞아. 미니. 미나. 뭐 이렇게 불러요.]헉.민우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데스크의 모서리를 손으로 힘껏 움켜잡아야만 했다.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야.하지만 비키가 불렀다는 저 말은.민아.그의 죽은 아내는 꼭 그렇게 불렀다.민아. 우리 예쁜 민아.그의 아내만이 그렇게 불렀다.그의 단 하나밖에 없는.이제 두 돌이 채 안 되는 아들의 이름이 바로 김유민이었다.하얗게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데스크를 세게 움켜쥐고 있는 그의 손이, 그의 팔이… 이제는 덜덜덜 떨려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