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당하고만 있지 않아. 어떤 특별한 능력도 없는 F급 헌터 설하연. 부모도, 가족도 없었던 그녀는 소중한 제 편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남편과 하나밖에 없는 친구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던전에 빨려 들어갔다 식물인간이 된 이후 남편과 절친의 불륜 사실은 물론, 그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굳이 살려 내 봤자겠어.” “…….” “어쩔 수 없지. 남은 거라도 잘 쓰는 수밖에.” “예. 숨이 끊어지자마자 부검을 시작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인생의 모든 것이 전부 후회됐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 숨이 미련처럼 내뱉어지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위험도 SS급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조건: 소멸에 근접한 경험 실패 시: 완전한 소멸] [수락 시 자동으로 ‘회귀’가 발동됩니다.]
악독한 아비가 엄마를 죽였다. 고작 그녀의 정화 능력을 착취하기 위해서. 비참했다. 원통했다. 당장이라도 공작가 사람들을 전부 찢어 죽이고 싶었다. 공작성에 갇힌 채 유디트는 6년 동안 기다렸다. 그녀의 복수를 도와줄 자를. “저는 똑같이 돌려주는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원수를 내려다보는 유디트의 푸른 눈에 격랑이 몰아쳤다. "눈에는 목. 이에는 머리. 어떤가요? 마음에 드세요?" *** "짐의 정부 정도면 괜찮겠지." 유일하게 그녀에게 손을 내민 남자. 황제이자 전쟁귀인 그는 조건부로 그녀의 검이 되어주었다. 유디트는 제 유일한 구원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순탄했다. 그가 6년 전,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원인임을 알게 되기 전까지.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뱃속에 그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 "도망칠 거였다면 제대로 달아났어야지. 내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녀의 삶을 헤집어 놓은 남자는 기어코 뒤쫓아와, 또다시 그녀를 뒤흔들었다. "아직 계약은 끝나지 않았지. 그러니 명령이다." "읏......." "나를 사랑해라.“ 지금부터라도. *표지 일러스트: 플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