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봄
이한봄
평균평점
나의 증오가 당신을 지배할 때

“나한테서 그 어떤 종류의 애정도 기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거 참, 오늘 들은 소리 중에 최고로 반가운 소리네요.” 20여 년을 함께해 온 소꿉친구를 저버릴 만큼, 권력에 눈이 먼 남자. 싸늘하고 오만한 그 얼굴이 네 본모습이었구나. 죽음을 맞이하고도 5년 후. 다른 몸에 빙의하여,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음에도, 또다시 너를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은 끝까지 내게 불행을 안겨다 주려는 것이 틀림없다. 아니, 차라리 잘됐어. “공작님께서 원하시는 걸 들어드릴게요.” “내가 원하는 게 뭔 줄 알고?” “명분이죠. 교황 성하의 부름을 거절할 수 있는.” 그렇다면 나는 너를 벌하고, “무슨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을지, 들어나 보지.” 나의 부모를 죽인 너의 부모와 세상에 칼끝을 겨누리라. “절 사랑하세요.” 그것이 비록 안 좋은 쪽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