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 인간이 아닌 괴물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유력가문의 후계자로 살아온 나이젤. 하지만 핏줄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저주받은 괴물의 얼굴을 감추고 공작의 가면을 쓴다. 살아야 할 이유와 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그런 그의 앞에, 순수한 영혼이 나타난다. 괴물이 되어가는 그를 치유해주기 위해. “저를 위해 사세요. 제가 삶의 의미가 되어드릴게요.” 상처로 얼룩진 두 영혼은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달뜬 호흡이 아찔하도록 거칠게 섞였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낮게 욕설을 씹는 나이젤이 마리엔의 가슴골에 이마를 댔다. 붉은 눈동자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뭘 보시는 거예요!” 그 순간 놀란 마리엔이 나이젤의 뺨을 쳤다. 무슨 짓을 벌이는지 자각하기도 전에 일어난 사고였다. 사색이 된 그녀가 그를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문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붙잡혀버렸다. “죄송해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그냥 손이 나가버렸다고요.” 마리엔의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귀엽네. 하는 짓거리마다 돌게 만드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