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라라
그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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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짐승들의 겨울

전쟁터의 악마가 어느 날 공주를 주웠다. 금방 일어난 살인, 강도만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전부인 도시 렌카르트. 그곳의 주인인 미카일 하이저는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와 참으로 닮은 사람이었다. 하얀 눈꽃 같은 얼굴이 칼을 휘두를 때면 핏방울이 먼지처럼 흩날렸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하녀 한 명을 주웠을 때, 누구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카일 자신 조차도. ‘그 아인 영주님께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카일은 비스듬히 고갤 기울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가.” 일족이 몰살당한 뒤 하녀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던 아르나 문힐. 색채를 잃어버린 그녀가 미카일은 자꾸만 신경 쓰이는데. “넌 너무 어리고 약해.” 그리고 나를 죽일 것처럼 부드럽고……. 그는 가만히 아르나의 젖은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영주님, 제, 제발 손을…….” “싫어.” 커다란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벗어나려는 아르나의 몸짓은 그를 더욱 자극시킬 뿐이었다. 그래, 어차피 내가 갈 곳은 지옥뿐이니 너를 삼키고 나도 죽는 거야.

나의 크리스틴에게

"너 때문에 다 망했어,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끝났다고!!!“ * 제국 최고의 가수이자 배우였던 나는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무대 앞엔 늘 관객과 팬들이 가득했고, 오직 밝은 미래만이 앞에 펼쳐진 것처럼 보였다. 지금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진. 유서 깊은 가문의 후계자이자 귀공자인 로드릭 디아스. 그는 내가 아니라 내 목소리를 가지기 위해, 나를 자신의 트로피처럼 데려갔다. 그리고 이어진 건 피눈물 밖에 흐르지 않는 결혼 생활과 시집살이였다. 귀족이라는 인간들은 나를 광대로 생각하고 비웃었다. 사람 취급도 잘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 가장 차갑고 냉정한 건 '남의 편'인 그 인간이었다. "말을 잘 들으면 맞을 일도 없을 거 아니야.“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던 내게 어느 날 일어난 마차 사고. 나는 분명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무슨 일에선지 이틀 만에 다시 눈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스틴? 정신이 들어?" 뭔가 망설이는 듯한 얼굴과 나지막한 목소리. 남의 편인 그 인간은 어딘가 미묘하게 달라져있었다. "이참에 어디 조용한 곳에서 요양이라도 하는 게 어때." "뭐?" "아무래도 한적한 자연이 좋겠지. 몸이 많이 약해졌으니까." "아니, 잠깐만 네가 언제부터..." "작은 극장을 하나 봐뒀어. 전처럼 마음껏 노래할 수 있을 거야." ......얘가 미쳤나? 와이프 죽다 살아난 덕에 정신 차린 후회 남편과, 자유로운 예술가 아내의 우당탕탕 시골 생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