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안드로는 라르네를 혐오했다. 레안드로가 라르네를 혐오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비열하고, 저열하며 악랄하고 탐욕스러운 인간.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이 없고, 모자라면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야 속이 시원한 인간은. 제 언니의 약혼자마저 탐냈다. ‘당신 같은 사람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줄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결혼을 무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상관없어. 나는.’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은 라르네가 기억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마무리 되는 듯했다. * * *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후계의 의무, 지금부터 하는 건?” 열망이 담긴 눈빛, 그리고 나른한 목소리에 심장이 떨렸다. 두근거리는 심장과 들뜨는 마음과 별개로 라르네의 이성은 차가워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붙잡힌 손을 빼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우리 곧 이혼하잖아요.”
딱 하룻밤의 연정. 그 하룻밤으로 짝사랑하던 사람의 아이를 가지게 된 린시아는 수없이 애원했다. “당신 아이예요. 왜 믿지 못하는 거예요?” 기억나지 않는 하룻밤. 하르비히는 그 밤에 제 아이를 가졌다는 여자를 믿을 수 없었다. “사실이 아닌 걸 어떻게 진실이라고 하겠습니까.” "망상도 지나치면 병입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린시아는 애원하기를 그만뒀다. 하르비히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 * * 뒤늦은 자각은 죄가 되었다. “미안합니다.” 벽이 되었고. “사랑합니다.” 결국에는, 후회조차 늦었다는 또 다른 자각이 되었다. “이제는 내 망상에 어울려 줄 생각이 들었나 봐요.” 해명을 포기한 적 없던 린시아가 담담해졌을 때, 하르비히는 깨달았다. “늦었어요.” 자각하지 못한 짝사랑은, 죄가 된다는 것을.